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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ul 19. 2019

여자는 예뻐야 한다?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지금의 사회

책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의 저자 배리나, 그녀와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초,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는 학교에서 제법 인기가 있었다. 잘생기진 않아도 어릴 땐 나름 귀여운 편이라(?) 예쁜 여자친구도 몇 명 사귀었다. 그 당시 유행하던 '다모임'이라는 커뮤니티에서 얼짱으로 등극한 여자를 사귈 정도로 내 인기는 괜찮은 편이었다. 물론 춤이나 마술같은 재주가 내 인기에 한 몫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그랬던 내가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외모가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안 나던 여드름이 나기 시작했고 어느새 얼굴 전체가 여드름으로 뒤덮였다. 키 크겠다는 일념으로 미친듯이 줄넘기를 하다가 살이 다 빠지는 바람에 볼은 완전히 홀쭉해져버렸다. 키가 작고 여드름 투성이인데다가 해골처럼 볼이 홀쭉했던 나는 딱 마른멸치였다. 그런 나를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 


"피부가 왜 이래?"

"볼살이 왜 이렇게 다 빠졌어?"

"살 좀 쪄라. 남자가 삐쩍 말라가지고

 이게 뭐냐"


10년이 넘도록 주위 사람들에게 이런 식의 말들을 들어야 했다. 외모에 대한 콤플렉스가 안 생길 수 없었다. 대인기피증이 생길 정도로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다.


지난 4월에 출간되었던 나의 책 <당신의 도전은 언제 멈췄습니까?>에 나의 이런 외모에 대한 에피소드와 생각에 대해 썼다. 나의 이야기만 쓴 것이 아니었다. 뷰티유튜버 배리나의 이야기도 함께 담았다.


책 <당신의 도전은 언제 멈췄습니까?>
책 <당신의 도전은 언제 멈췄습니까?>


배리나를 알게 된 것은 라디오를 통해서였다. 라디오 인터뷰에서 배리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는데 나중에는 배리나의 저서 <나는 예쁘지 않습니다>라는 책을 통해 그녀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더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외모 때문에 사람들로부터 수많은 인신공격과 혐오스러운 얘기를 들어야 했다. 그 실상은 참으로 심각했다. 예뻐지기 위해 화장을 시작한 그녀는 예뻐졌다는 말도 많이 들었지만 그만큼 그런 그녀를 조롱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한다.


다양한 종류의 값비싼 화장품들을 가지고 얼굴을 꾸미는 데만 치중하던 어느 날 배리나는 지인으로부터 탈코르셋에 대한 얘기를 듣게 된다. 여성에게만 강요하는 외모 기준을 코르셋이라고 하는데 그러한 강요를 벗어나자는 것이 바로 탈코르셋이다. 


평소 사람들이 여성에게 외모에 대해 얼마나 많은 것을 말하고 요구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나는 그 실상을 아래 사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예뻐야 한다. 

여자는 꾸며야 한다.

조신하게 행동해야 한다.

날씬해야한다. 

살을 빼야 한다.

외모가 경쟁력이다.


생각해보면 여성들에게 강요하고 있는 외모에 대한 기준이 정말 많다. 이렇게나 많았나 싶을 정도다.

저자 배리나는 말한다.


"여자도 사람이다."

"안 꾸며도 되고 다리털이 많아도 된다. 

"못생겨도 괜찮고 아름답지 않아도 괜찮다."


현재 그녀는 탈코르셋을 선언하며 페미니스트의 길을 걷고 있다. 아직까지도 입에 담지도 못할 말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자신을 보며 힘을 내는 사람들이 있기에 그녀는 포기하지 않는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각종 미디어들>

저자는 오늘 날의 외모지상주의가 생기게 된 것은 아름다움의 기준을 너무 높게 잡는 사회 미디어의 잘못이 크다고 말한다. 그녀의 말에 백 번 공감한다. 나는 인터넷 뉴스에 예쁜 여성의 외모에 대한 기사가 올라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데 특히 나이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이러한 아름다움을 유지하고 있다는 식의 기사는 많이 불편하다. 50대인 김모 배우의 기사가 그렇다. 그 배우를 싫어해서가 아니다. 내가 봐도 놀라운 정도로 예쁘다. 문제는, 그런 기사를 보고 있는 사람들에게 뉴스가 미치는 영향력이다. 


많은 여성들, 특히 결혼을 했거나 중년의 나이에 접어든 사람들은 여성의 외모에 대한 기사를 자주 접하면 접할수록 자신도 저렇게 예뻐야한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도 20대와 같은 몸매와 아름다움을 가져야 한다는 환상을 가지게 된다. '젊줌마'라는 신조어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물론 결혼을 했다고 해서 또는 나이가 많다고 해서 꾸미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날씬하면 안 된다거나 아름다우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것도 아니다. 결혼을 해도, 나이가 들어도 김모 배우처럼 예뻐야 한다는 식의 강압적인 생각이 문제다. 그런 식의 생각이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긴다.


너도 나도 예뻐지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꾸미는 것은 선택의 문제인데 안 꾸미면 안 된다는 강박이 싹트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에서 말하는 미의 기준에 자신을 맞추려 하다보니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다. 물론 꾸미지 말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라는 그런 현실에 맞지 않는 소리를 하려는 건 아니다. 어쨌거나 예쁘면 대접받을 확률이 높다. 그렇기 때문에 꾸미고 자신을 관리하는 건 좋다. 그저 그 정도가 너무나 지나치다는 것이 씁쓸할 뿐이다.


외모지상주의가 앞으로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런 것이 결코 좋은 현상은 아니다. 변화가 필요하다. 해결방법은 나도 모르겠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향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배리나'라는 사람이 탈코르셋을 선언하며 여성에 대한 외모 기준을 무너뜨리려 하는 작은 노력이 앞으로의 사회를 바꾸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리라 생각한다.

그녀를 응원한다. 


마지막으로, 예쁘지 않아도 괜찮다고 말하는 배리나의 영상을 올리며 이 글을 마친다. 

https://youtu.be/Zq51xKG-hy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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