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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ul 20. 2019

사회초년생인 20대 청년은 왜 공무원을 그만뒀을까?

공무원이 되어도 행복하기 어려운 이유

나는 공무원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군무원이지만 모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편의상 공무원으로 하겠다.)

그렇다. 요즘 사람들이 너도나도 되고 싶어 안달하는 직업인 공무원이다. 비단 젊은 사람들만의 희망직업은 아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많은 사람들이 바라는 직업이 바로 오늘날의 공무원이다. 사람들이 공무원 시험에 목을 매는 이유는 비슷하다. 


안정적이니까,
남들 쉴 때 쉴 수 있으니까


갈수록 경제는 어려워지고 있고 은퇴시기는 빨라지고 있어 사기업에 있기엔 미래가 불안할 수밖에 없다. 일하는 동안이라도 적당히 일하고 싶지만 밥 먹듯이 하는 야근 때문에 그마저도 어렵다. 주말에도 출근을 해야 하니 이 정도면 휴식은 사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공무원 시험에 목숨걸고 도전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되고 싶다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니 존중하기는 하나 이 시점에서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이 하나 있다.


과연 공무원 시험에만
합격하면 행복할까?


공무원이 되면 칼퇴근 할 수 있고 빨간날에 다 쉬고 봉급은 해마다 오르고 거기에다 남들의 부러운 시선까지, 웬만한 사기업에 비해 누릴 수 있는 게 많다. 만약 사회에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많이 해본 사람이라면 공무원의 삶을 신세계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그럴 정도로 요즘의 공무원은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직업이 되어 버렸다.

공무원이 되면 행복할 수 있는 확률은 

높아지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특히 사회경험이 없는 

사회초년생의 경우가 그렇다. 



죽어라 공부해서 1년 만에 9급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 20대 청년이 일한 지 2년 만에 때려치웠다는 인터넷 뉴스를 본 적 있다. 그 청년이 다들 못돼서 안달인 공무원이라는 직업을 그만둔 이유는 바로 '자신이 공무원의 조직문화와 맞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수직적인 의사결정, 폐쇄적, 보수적이라는 공무원 문화, 그러니까 결국 자신의 적성과는 맞지 않는다는 얘기를 하고 있었다. 그 기사에 달린 베스트댓글은 다음과 같았다.


나가서 민간기업 다녀보면 그나마
공무원 조직이 합리적이었다는 걸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


나 역시 이 댓글에 크게 공감한 이유는 내가 바로 이런 경우이기 때문이다. 공무원이 되기 전, 조금 오버해서 말하자면, 사회에서 고생이란 고생은 다했다. 힘든 일을 많이 해봤기에 지금의 직장이 좋은 줄 알게 됐다는 말이다. 



<하루 16시간의 중노동부터 

              공사장 막일까지>


20대에 대학교를 자퇴하고 바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고기집, 호프집, 피자배달, 소주 제조공장, 착즙기 조립, 인형 탈 쓰고 홍보하기, 전단지 배포, 호텔 연회식, 세차장, 백화점 구두 판매, 명품 가방 판매 등의 아르바이트부터 공사장 막일, 세탁기 조립, 컴퓨터 부품 검사, 윤활유 납품, 달걀 배달, 보험, 가구시공, 과일판매 등의 일까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다 했다. 


다양한 직종에서 갖은 고생을 했다. 하루 16시간을 일하며 주말도 못쉬고 한 달 내도록 일한 적도 있었고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잘릴 뻔한 위험천만한 순간도 있었다. 오토바이 타고 배달을 하다가 사고도 여러 번 났었고 쏟아지는 폭우때문에 온몸이 쫄딱 젖은 채로 일하기도 했다. 몇 개월 동안 막노동판을 전전할 때는 한 여름 날 땡볕 아래서 일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었고 욕설이 섞인 막말을 들을 때도 많았다. 

그렇게 고생이란 고생은 다 해보니 지금의 직장이 얼마나 감사한 줄 알게 되었다. 


밖에서 비맞고 일하던 내가 지금은 사무실 안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일한다. 

쉬지도 못하고 한 달 내도록 일하던 내가 지금은 칼퇴근하고 빨간 날에도 다 쉰다. 

부당한 대우에도 어쩔 수 없이 참고 일해야 했던 내가 지금은 웬만한 기업보다도 정당한 대우와 존중을 받으며 일하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나름 여러 직종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일해본 경험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폭도 넓어졌다. 고로 타인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서도 훨씬 능숙해졌다. 이렇다보니 위에서 언급한, 

'민간기업 다녀보면 그나마 공무원이 합리적이라는 걸 뼈저리게 느낄 것이다.'라는 베스트 댓글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내 말이 의심스럽다면 반대로 생각해보자. 공무원을 그만둔 그 20대 청년의 말대로 공무원이라는 조직이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면 그럼 사기업은 진보적이고 개방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청년은 공무원의 수직적인 의사결정 때문에 자신이 좋은 아이디어를 내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점을 비판했는데 그렇다면 사기업은 자신의 의견이 반영이 잘된다는 뜻인가? 그것도 사회경험이 전무한 신입의 아이디어가? 얼마나 좋은 아이디어를 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건 어느 정도 일도 알고 경력도 쌓였을 때 가능한 일이다. 


생각해보라. 새로 채용한 직원이 갑자기 이 회사는 이게 문제고 저게 문제고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고쳐야 한다고 말하면 그걸 알겠다고 받아들일 기업이 어딨겠는가? 정말 세상 모르고 하는 소리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는다. 


<"군무원 좋아요?" 라고 묻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는 말>


사회경험이 없는 사람이 하면 힘든데
사회경험이 많은 사람이 하면 편해요.


업무만 두고 얘기하는 것이 아닌 사람관계도 포함해서 말하는 것이다. 공무원이 보수적이라 하지만 나는 공무원보다 더 폐쇄적인 군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그런데도 소문만큼 그렇게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회에서 더 폐쇄적인 경우를 너무나 많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공무원의 조직문화를 옹호하고자 하는 의도로 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웬만한 사기업보다 공무원이 좋으니 무조건 참고 버텨라는 말도 아니다. 부분만 보고 전체를 판단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나름의 경험을 얘기하려 하는 것뿐이다. 


공무원이든 공기업이든 사기업이든 어딜 가더라도 내 생각과 다른 부분은 있다. 부조리하고 비합리적인 부분도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한 가지만 보고 모든 것이 다 잘못됐다고 말하는 건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내 생각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잘못된 것을 보고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있다. 하지만 몇 번 겪어보지도 않고 하는 무조건적인 비판은 조금 어리석은 언행이 아닌가 싶다. 


결국은 좀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다양한 각도에서 세상을 바라볼 줄 알아야 한다.  눈 앞에 있는 문제만 봐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세상에는 차고 넘친다. 이 때 한 발짝만 뒤로 물러나서 보면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러한 안목을 가질 수 있는 것은 결국 '경험'이다. 경험이 많이 쌓여야 사람과 세상을 이해하는 폭을 넓힐 수 있다. 직접 부딪치며 겪어보면 내 생각과 같은 부분도 있겠지만 그 동안 생각했던 것이 부족했다는 것도 알게 된다. 


경험이 중요한데, 그렇다고 한정된시간 속에서 세상만사를 다 겪어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 바로 간접경험이다. 책도 읽고 사회와 관련된 뉴스를 보며 정보를 얻는 것과 동시에 내 생각도 정리해보는 등 이러한 간접경험이 쌓이면 삶에 대한 나름의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문제를 제기하려면 그만큼 내가 많이 알아야 한다. 알려면 경험해야 한다. 아무런 경험과 지식도 없이 그리고 최소한의 인내도 없이 그저 "공무원의 조직문화는 엉터리야"라고 말하며 사표를 쓴다면 그런 사람은 사회 어느 곳에 가서도 적응하기 어려울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나를 두고 꼰대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넌 아직 어려서 그래, 경험이 없어서 몰라서 그래" 라는 식의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힘들고 막막한 사회초년생들의 마음을 충분히 이해한다. 단지 조금만 더 인내하고 경험해보면 지금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이 조금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말해주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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