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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Jul 21. 2019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이상한 한국사회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

내 직업은 군무원이다.

군부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다.

처음부터 군무원이 되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왜 그렇게 다들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나만큼은 그 경쟁대열에 합류하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러던 내가 어느날 갑자기 군무원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그때의 내 나이 29살이었다. 교사였던 여자 친구의 권유(사실은 '급'을 맞추기 위해)때문이기도 했지만 생각해보면 더 근본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도대체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어떤 직업을 내 업으로 삼아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길을 찾기 위해 여러 업종의 일을 해봤다. 보험영업, 가구시공, 공장생산직, 윤활유납품, 달걀배달, 막노동부터 과일판매까지 할 수 있는 거라면 다 해보려 했다. 하다보면 내 길이 보일 거라 생각했다. 그것은 큰 오산이었다. 아무리 뭔가를 해봐도 뭘 해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은 점점 불안감으로 변해갔다.


딱히 하고 싶은 것이 없는 것도, 그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더 중요한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아무 일이나 해서는 평범하게 살 수 없을 거라는 생각때문이었다.


한 때는 남 쉴 때 쉬고 남 일 할 때 나도 일하는 게 평범한 삶이었지만 지금은 더 이상 평범한 게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다.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저녁있는 삶을 살고 싶었고 남들이 부기에 괜찮아보이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래서 결국 군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한 것이다.


8개월을 준비해서 쳤던 첫 시험에서 운좋게도 단번에 합격을 했고 지금은 일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생애 가장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직업이 사람에게 이렇게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됐을 정도로 군무원이라는 직업은 나에게 신체적 육체적으로 많은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칼퇴근을 하고 주말과 빨간날이면 어김없이 쉬고 있는 그런 평범하면서도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


확실히 행복하다. 하지만 한 편으로는 씁쓸한 생각도 든다. 그렇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부딪쳐왔으면서도 결국에 내가 선택한 것은 군무원이라는 사실 때문이다. 그러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책을 발견했다.


바로 사회학자 오찬호의

<대통령을 꿈꾸던 아이들은 어디로 갔을까>라는 책이다.

'믿을 건 9급 공무원뿐인

  헬조선의 슬픈 자화상'

오늘날의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말해주는 표현이다.


책에는 공무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1년 내내 일하느라 쉬지 못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삶을 살고자 하는 회사원
출산·육아로 인해 경력단절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에 공무원을 택하는 여성
이른 나이에 퇴직하는 바람에 새로운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40~50대 가장,
무시와 차별을 견디다 못해 어쩔 수 없이 공무원을 선택하는 장애인까지.


내가 생각했을 때 공무원을 선택하는 가장 큰 이유는 사기업이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주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매일 야근을 해야 하다보니 저녁있는 삶은 꿈도 못꾼다. 주말에도 쉬지 못한다. 눈치가 보여 휴가도 마음대로 쓰지 못한다. 아파도 출근해야 한다. 월급이나 많으면 그나마 최소한의 위안은 될 터인데 월급은 도무지 오를 줄을 모른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퇴근 후 집 거실에 털썩 주저앉아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하.. 사람답게 살고 싶다.'


"그런다고 사회가 변하냐"라고 말할수록 사회는 나쁘게 변한다.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말하며 세상을 바꾸기 위한 몸부림을 의미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 저자는 그래선안 된다고 말한다. 잘못된 것은 잘못됐다고, 그러니 바꿔야 한다고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상을 바꾸는 사람들을 보면 대부분 현실에 순응하지 않고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낸 사람들이다. 오늘날의 대한민국도 그런 사람들이 만들었다. 오늘보다 나아지기 위해 버려야 하는 생각, 바로 '현실이 어쩔 수 없잖아.'라는 생각이다.


끊임없이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지금의 현실을 바꾸려면 사회를 바꿔야 한다. 사회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개인과 사회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국민들이 공무원이 아니더라도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복지, 일자리 개선 등등의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해줄 수 있어야 한다. 공무원이 아니어도, 공기업이나 대기업이 아닌 평범한 직장을 다녀도 먹고살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


사회를 변화시키려면 국민 개개인도 변해야 한다. 어떻게?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 절망적인 한국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거라며 체념하기보다는 잘못된 사회 시스템에 대해 비판할 수 있어야 한다. 한 사람의 힘은 약할지 몰라도 여러 사람이 힘을 합쳐 건설적인 비판을 한다면 사회는 조금씩 변한다.


끊임없이 사회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이 사회가 어쩔 수 없다고 여기는 모든 것들을 파괴해야 한다. 고정관념을 다 깨부숴야 한다.


쉽진 않을 것이다. 괜히 나서서 손해볼까 다들 두려워 한다. 인간의 당연한 심리다. 부당한 것을 부당하다고 말해야 한다고 나도 이렇게 말하고는 있지만 나서서 말하려고 하니 솔직히 자신은 없다. 그렇다고 푸념만 하며 있을 순 없다. 어찌됐든 사회를 바꾸는 작은 힘은 우리의 말과 행동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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