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Jul 29. 2019

어떻게 하면 이별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나는 돼지국밥 집에서 여자 친구와 이별했다 

돼지국밥을 먹었다. 저녁 메뉴로 돼지국밥을 택한 건 오랜만에 고기가 먹고 싶기도 했지만 언젠가 이곳을 혼자서 다시 한 번 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실 여기는 내가 전 여자 친구와 헤어졌던 곳이다. 돼지국밥 집에서 헤어진 탓일까? 이별 후 몇 달 동안 돼지국밥을 먹지 못했다. 생각만 해도 속이 울렁거렸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 마음이 괜찮아지면 언젠간은 다시 이 국밥집을 찾아가 혼자서 아무렇지 않게 밥을 먹어야겠다고 생각했고 마침 이날이 그날이었다.



썰렁했던 그날의 분위기와 달리 사람이 제법 북적거렸다. 자리를 잡아 주문을 한 후 그녀와 함께 앉았던 자리를 바라보며 2년 전 그날을 떠올렸다.



2016년 겨울,
돼지국밥 집에서 그녀와 이별했다


주문한 국밥 두 그릇이 나왔다. 맛있게 밥을 먹는 그녀와 달리 나는 조금도 먹지 못했다. 헤어지자는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저 밥을 먹고 있는 여자 친구와 식탁 위에서 식어가는 돼지국밥을 번갈아 쳐다보며 멍하니 있었다. 한참을 그렇게 있다가 말을 꺼냈다. 


"우리 이제 그만하자."


맛있다며 연거푸 국물을 떠마시던 그녀는 내 말을 듣고는 놀란 표정을 하며 나를 쳐다봤다. 그러곤 말했다.


"이미 다 결정내린 거네?"


"어..."


몇 초 간 정적이 흘렀다. 잠시 가만히 있던 그녀가 말했다.


"알겠다."



홧김에 이별을 고한 것은 아니었다. 그녀는 우리가 헤어진 이유가 그날의 사소한 다툼 때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그 전부터 나는 우리가 오래 만나지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다. 성격 차이, 그러니까 내가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부분이 있었다. 나를 가르치려하는 그녀의 말 때문이었다.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식의 그런 삶의 지표에 대해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실수로 말을 잘못할 수도 있는 것을 "그건 A가 아니라 B야."라는 식으로 일일이 지적하곤 했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주길 바라는 내 마음과 달리 그녀는 일일이 짚고 넘어가야 속이 후련한 듯했다. 


뿐만 아니라 가끔씩 나를 무시하는 식의 말투 때문에 나의 자존감은 점점 떨어졌다. 가뜩이나 교사인 여자 친구에게 자격지심을 많이 느꼈는데 툭툭 내뱉는 그녀의 말은 나의 자격지심을 부추겼다. 내가 워낙에 예민한 성격의 소유자였던 터라 아무리 이해하고 맞춰보려 해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혼자 국밥집을 나가는 그녀를 보며 뭔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충분히 생각하고 고한 이별이었는데도 막상 현실이 되니 아차 싶었다. 헤어지면 속이 후련할 줄 알았는데 그녀가 뒤돌아서는 순간부터 후회가 밀려왔다. 



바로 뒤따라 나갔지만 그렇다고 붙잡을 수는 없었다. 몇 번을 생각해봐도 우리는 헤어지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점점 멀어지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망연자실한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려 길가에 있는 벤치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곤 머리를 싸매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있었다. 


그날 이후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너무 힘들어 미쳐버릴 지경이었다. 한 동안 제정신이 아니었다. 숨만 쉬고 있어도 죽을 것 같았다.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고통스러웠다. 살면서 그때만큼 힘들었던 이별 후유증은 없었다.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져서 힘들다면, 

어떻게든 이별을 극복하고 싶다면 우선 

이별을 극복하겠다는 그 마음부터 버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별에는 약이 없어요. 어떤 방법을 써도 극복이 안 되는 게 사람의 마음인데 극복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더 괴로운 거에요. 일단은 조금 앓을 수밖에 없어요. 지금 내 마음이 힘든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대로 흘러가게끔 가만히 두세요. 


시간이 약이라고 하는데요. 더 중요한건 따로 있다고 생각해요. 이별이 상처가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인데요. 그렇게 하려면 이별을 실패가 아닌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해요. 생각에 따라서 이별은 상처가 되기도 하고 경험이 되기도 해요. 헤어졌다고, 그래서 나를 실패자라고 생각하면 지금도 괴롭고 앞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도 두려워질 수밖에 없어요. 


그 사람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 속에서 배운 게 분명 있을 거에요. 서툴고 부족했던 부분을 다음 사람한테는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하면 경험이 되는 거에요. 


또 만약에 그 사람이 바람을 피웠다거나 나를 등쳐먹고 떠났다고 해도 그런 인간인 줄 모르고 계속 사겼으면 큰일날 뻔 했는데 지금이라도 알고 헤어진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이별이 오히려 잘 된 일이 될 수도 있는 거에요. 


지금은 괴롭지만 그래도 만나는 동안에는 행복하지 않았나요? 그럼 이렇게 말해보세요.


나를 만나줘서 고마웠다고, 

만나는 동안엔 정말 행복했다고, 

좋은 추억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말이죠.


그렇게 생각해야 상처가 되지 않아요. 그래야 새로운 사람을 만났을 때 더 건강한 사랑을 할 수 있는 거구요. 


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 건 자연스러운 거에요. 그런 과정 속에서 배우고 또 성장하는 거잖아요. 그러니 이별했다고 너무 자책하지 마세요. 누구의 잘못도 아니에요. 그냥 헤어진 거에요. 인연이 그것밖에 안되는 관계일 뿐이에요.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이 있듯이 지금의 헤어짐이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지는 아무도 몰라요


앞으로도 무수히 많은 사람과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할 거에요. 사람을 알아가고 사람에 대해 배워나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만나보세요. 그러다보면 사람에 대한 이해의 폭도 커질 수 있고 더 나아가 나 자신을 바라보게 되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깐요. 많이 만나보라는 말은 그래서 있는 말이라 생각해요. 


혹시 이별했다면, 이별의 아픔때문에 지금 너무 괴롭다면 우선은 그냥 힘들어하세요. 울기도 하고 술도 마시면서 그렇게 아파하세요.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 그때 제가 한 이야기들을 곰곰이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좋겠어요. 



괜찮아요. 그러니 힘내세요.

당신의 사랑을 응원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공무원 시험에만 몰리는 이상한 한국사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