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제주 한 바퀴, 국토대장정을 통해 얻은 교훈

초콜릿 한 조각에도 감사함을 느낄 수 있었던 이유

by 기타치는 권작가

행복의 조건에는 여러가지가 있다. 그중 사람들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다 다르다. 내가 생각했을 때 행복하기 위해 반드시 가져야하는 마음가짐은 바로 이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직장을 그만두고

국토대장정을 떠나다>

‘머물러 있기엔 청춘이 너무 아깝다.

세상에 나가 부딪쳐라.’


평소와 다름없는 출근길,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에서 본 글귀였다. 국토대장정 참가자를 모집하는 내용의 포스터였다. 포스터에 적혀 있는 그 글귀가 내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 무조건 참가해야 할 것만 같았다. 그 당시에 나는 매일 책을 읽으며 꿈을 찾아다녔고 어떤 도전을 해볼지 계속해서 시도하고 있었다. 많은 것들을 경험해봄으로써 세상을 보는 눈을 더욱 넓힐 수 있을 거라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국토대장정은 그때의 나에게 이보다 더 좋은 경험은 없을 거라 생각했다.


당장 떠나고 싶었지만 국토대장정이 2주간의 일정이라 회사가 문제였다. 연차를 쓴다 하더라도 2주를 휴가 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민이 됐다.


'그냥 포기하고 일을 할 것인가 아니면 일을 그만두고 떠날 것인가'


고민 끝에 결국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는 걸로 결론을 내렸다. 이유는 하나였다. 이때가 아니면 경험하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걸어서 제주도 한 바퀴,

준비 시~~작>

국토대장정을 시작하는 첫 날부터 비가 내렸다. 우비를 입고 걸었지만 비가 하루 종일 내린 탓에 신발은 물론이고 속옷까지 다 젖어버렸다. 그때가 2월이라 제법 날씨가 추웠고 하루 종일 덜덜 떨면서 걸어야 했다. 비는 며칠 동안 계속 내렸고 지긋지긋하다 싶을 때쯤 비가 그치고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평소에는 소중한 줄 몰랐던 햇빛이 그때만큼은 어느 때보다도 감사했다.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몸은 조금씩 지칠 수밖에 없었다. 다리와 발목 통증은 물론이고 메고 있는 가방의 무게 때문에 어깨까지 아팠다. 평소에 붙이지도 않던 파스를 밤마다 붙여야 했다. 내일은 걸을 수 있을지 걱정도 됐지만 코스를 완주할 때마다 고생했다며 하이파이브 치는 안전요원들의 응원과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윤도현 밴드의 ‘나는 나비’라는 노래 덕분에 힘을 낼 수 있었다. 오늘도 해냈다는 그 성취감으로 다음날도 이어서 걷고 또 걸었다.


국토대장정 코스 중 가장 긴 거리는 40km였다. 차를 타고 가도 시간이 제법 걸리는 그 거리를 걸어서 가려니 걱정이 되었지만 어떻게든 걸어야 했다. 아침 일찍 출발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그날따라 밤은 금세 찾아왔다. 피로가 누적되어 다들 지칠 대로 지쳐있었고 아무리 걸어도 도착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안전요원들은 이제 다 왔으니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지만 그 위로는 마치 등산을 하다가 만난 사람들이 이제 정상에 다 왔다고 말하는 것과 같은 느낌의 희망고문이었다. 앉아서 쉬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다 같이 줄 맞춰 걷고 있었기 때문에 멈출 수가 없었다. 몸이 안 좋다는 핑계를 대고 후방에서 따라오는 비상차량을 탔다면 편했겠지만 나 자신을 이겨내고 싶은 마음에 그 차를 탈 생각은 아예 하지 않았다.


가방 무게 때문에 어깨가 짓눌렸고 다리는 부서질 것만 같았다. 이제 곧 쓰러지겠다는 생각이 들 때쯤 코스 완주를 알리는 노래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왔다. 다들 녹초가 되었고 기쁨의 함성을 지를 기운조차 없었다. 체력만큼은 자신 있는 나도 이때만큼은 정말 힘들었다.




2주 동안의 국토대장정을 통해 가장 큰 깨달음을 얻은 것은 바로 작은 것에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이었다. 대장정 동안에는 통제에 따라야 하다 보니 먹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사먹을 수가 없었는데 그렇다보니 간식이 굉장히 귀했다. 그중 가장 귀한 식량은 다름 아닌 초콜릿이었다. 초콜릿은 피로를 씻어주는 최고의 피로해소제였다.


초콜릿은 최고의 식량이었다

한번은 다른 조원에게서 초콜릿 바 하나를 얻어 우리 조원 15명이 다 같이 나눠먹은 적이 있었다. 손톱만큼의 적은 양을 한 입씩 베어 물면서 다들 초콜릿이 이렇게 맛있는 줄 몰랐다며 감탄을 연발했다. 평소에는 잘 먹지도 않던 초콜릿이 그 순간만큼은 세상을 다 가진 듯한 행복감을 선사해줬던 것이다.


대장정 중에 보문관광단지에서 자유시간이 주어졌을 때도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유명한 맛집도 멋진 풍경이 있는 관광지도 아닌 바로 수퍼마켓이었다. 너 나 할 것 없이 수퍼마켓으로 달려가 온갖 종류의 달달한 것들을 바구니에 담았고 초콜릿을 배터지게 먹으며 떨어진 당을 보충했다. 그날만큼은 초콜릿을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가 않았다.


매 끼니가 꿀맛이었다

국토대장정에서는 간식뿐만 아니라 매 끼니가 꿀맛이었다. 군것질을 하지 않고 매일 걷기만 하다 보니 항상 배가 고팠고 그렇다 보니 밥이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었다. 끼니 때마다 나는 다른 사람이 먹는 양의 세 배 가량을 더 먹었는데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국토대장정 마지막 날 식사를 담당했던 사람이 나보고 밥 진짜 많이 먹었다며 밥값 내고 가라고 할 정도였다. 배가 찢어질 정도로 심각하게 많이 먹곤 했는데 그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감사한 시간이었다.


그저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가끔은 배불리 먹기는커녕 그저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느낀 순간도 많았다. 한 번씩 상황이 여의치 않을 땐 밖에서 찬바람을 맞으며 아침밥을 먹어야 할 때가 있었는데 너무 추워서 손을 덜덜 떨며 밥을 먹곤 했다. 매서운 바람 때문에 뜨거운 국은 순식간에 식어버렸고 젓가락질조차 제대로 하기 힘들었지만 불평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렇게라도 먹을 수 있다는 사실에 그저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밥을 먹을 때 실제로 내가


“아이고 하느님,

그저 먹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자 조원들이 웃음이 터뜨리기도 했다. 누군가는 왜 이렇게 추운 날씨에 밖에서 밥을 먹어야 하는 거냐며 투덜거리기도 했지만 나는 굶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 생각하며 한 톨도 남기지 않고 싹싹 긁어먹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그때만큼 감사함을 느낀 적이 없었다.


요즘은 먹거리가 넘쳐나다 보니 평소에 먹는 음식에 감사함을 느끼지 못했고 그저 당연한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에 참가하면서 평소에는 느낄 수 없었던 작은 것에 대한 소중함을 많이 경험할 수 있었다. 달달한 초콜릿 하나에 웃음 지으며


“행복이 따로 없구나.”


하는 얘기를 나눴던 그 순간도, 찬바람 맞으며 아침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도 불평하지 않고 감사해하는 그 모습도 모두 다 지금 내가 세운 행복의 기준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지금에 감사하는 마음,

오늘에 감사하는 마음


행복해지는 데 이것만큼 큰 영향을 미치는 마음가짐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인생을 절반도 살지 않은 지금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이다. 아마 앞으로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다.


http://m.yes24.com/Goods/Detail/72151563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