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는 혼자가 좋다
명절 날 친적들을 만날 때면 내게 종종 이렇게 묻는다.
"여자 친구는 있나? 이제 곧 결혼해야지?"
내가 30대를 넘기고 난 이후부터 자주 듣는 질문이다. 그런 말을 들어도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다만 결혼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여기는 어른들의 말에 해명하기가 귀찮고 피곤할 뿐이다. "결혼 안 할 거에요."라고 당당하게 얘기하기도 하지만 이마저도 귀찮을 때는 그냥 "예."하고 넘어간다.
18년 기준 남자 결혼 평균 나이가 33살이다. 한 달하고도 보름 뒤면 나도 33살이 된다. 30대 초반이라는 경유지를 지나 30대 중반이라는 또 다른 경유지를 향해 달려가는 나이가 된다. 요즘은 40살 넘어서도 결혼을 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결혼을 서두를 건 없겠지만 앞으로 한 살 한 살 더 먹을수록 결혼이라는 딜레마에 더 깊이 빠지게 될 것 같다.
저는 아직 결혼이 무섭습니다
아직까지 결혼 생각은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결혼하고 싶지 않다. 나는 결혼이 '자유의 박탈'과 같은 말이라 생각한다. 남녀할 것 없이 동일하다고 본다. 결혼을 하면 혼자일 때와는 다르다. 상대방과 맞추며 살아야 한다. 시간을 마음대로 쓸 수도 없고 돈을 내 멋대로 쓸 수도 없다.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할 수 있는 것보다는 포기해야 하는 것이 더 많아진다. 자유가 제한된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결혼의 현실이다. 해보진 않았지만 주위에 결혼한 사람을 보니 그렇다는 말이다.
물론 자유로움은 줄어드는 만큼 얻는 것도 많다고 결혼한 친구들은 말한다. 결혼하면서 얻게 된 긍정적인 것들에 대해 얘기를 하지만 친구의 얼굴은 어딘지 모르게 어두워보인다. 잘 나가다가도 결론은 "너는 결혼하지 마라."라는 말로 마무리되기 일쑤이다. 결혼의 긍정적인 점이 많다고는 하나 자유가 없다는 단점 하나가 많은 긍정적인 것들을 다 잡아먹는 것 같다. 속박, 얽매임이라는 단점때문에 결혼이 무섭다.
결혼을 하고 난 후 진정한 행복을 만났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지만 극히 드물어보인다. 10커플 중 한 커플 있을까 말까한 확률이 아닐까 싶다. 내 주위에도 그런 사람은 한두 커플밖에 없다. 그 팀들도 아직 애를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애를 낳으면 그때부터 전쟁이라고 하는데 과연 애를 낳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지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아직은 혼자만의 시간이 좋다
나는 아직까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두 번째, 세 번째 책도 얼른 써야 하고 다니고 있는 대학교도 졸업해야 한다. 직무관련 자격증도 취득해야 하고 한자, 국어문법 등등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싶다. 지금도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온전히 나혼자 시간을 보내며 할 일을 하는데 만약 결혼을 한다면 이중 많은 것들을 미루거나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 이대로는 가정에 충실할 수 없을 것 같다. 물론 가정은 가정대로 충실하고 나머지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면 되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다. 막상 살면 다 살아진다고 사람들은 얘기하겠지만 아직까지는 내 자유를 조금이라도 방해받고 싶지 않다.
결혼을 한다면 최소 35살 이후에 하고 싶고 늦으면 40살 이후? 그 정도 생각중이다. 물론 상대가 있어야 하겠지만 말이다. 지금 당장은 싫지만 늦게라도 좋은 사람있으면 결혼하겠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큰 발전이다. 왜냐하면 불과 1~2년 전까지만 해도 나는 비혼주의자였기 때문이다. 결혼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절대로 안 하겠다고 못 박는 행위도 그다지 좋은 건 아닌 것 같다. 뭐든지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게 좋으니까 말이다.
결혼은 모르겠지만 연애는 하고 싶다. 그런데 이마저도 그렇게 간절한 건 아니다. 괜찮은 사람 있으면 만나고 싶은 거지, 굳이 일부러 나서서 만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가끔 살을 부빌 사람이 없어 외롭기도 하고 데이트하는 커플을 보면 부럽기도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게 아직까지는 더 좋다. 혼자 하는 데 익숙해져버린 탓이 아닌가 싶다. 혼자 있는 시간의 힘이 낳은 부작용이다. 역시 뭐든 과하면 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