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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Nov 16. 2019

"너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

나는 30대 초반의 남자이다. 나는 남들과 다른 면이 많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지만 나는 그 정도가 더 심하다. 다르다 못해 특이하게 보이는 것들 투성이다. 별 게 아니다. 성향, 취미, 생활습관과 관련된 것들이다. 쉽게 말해서 남들이 다 하는 것을 나는 하지 않는다. 반대로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하는 것이 많다. 그런 나를 이상하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나는 술을 마시지 않는다. 가끔 맥주 한 잔 정도는 해도 소주는 거의 안 마신다. 한 때는 사람들과 어울리며 소주 한 병 정도는 마시곤 했는데 최근에 건강이 나빠지면서 소주는 거의 끊다시피 했다.


나는 담배를 피우지 않는다. 어렸을 때 친구따라 피워본 적은 있지만 호기심으로 잠시 피웠을 뿐이었다. 담배를 안 피우니 돈도 아끼고 건강도 지킬 수 있어 좋다.


나는 게임을 하지 않는다. 남자들이 술과 담배말고 좋아하는 것으로 게임을 꼽을 수 있는데 나는 게임조차도 하지 않는다. 그 흔한 스마트폰 게임도 하지 않는다. 일부러 안 하는 건 아니다. 하고 싶은 게임이 없다. 학창 시절에는 게임에 중독 돼서 밤낮없이 게임만 생각하며 살던 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 게임 자체에 흥미가 없어졌다. 재밌는 게임이 있어도 굳이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게임도 좋지만 그 시간을 나를 성장시키는 뭔가를 하는 데 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다.


나는 티브이를 보지 않는다. 티브이를 보는 시간이 아깝기 때문이다. 필요한 프로그램을 골라서 보는 것은 좋지만 대게 티브이는 시간을 때우는 용도로 보는 경우가 많다. 볼 게 없어도 계속해서 채널을 돌린다. 그러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후딱 가버린다. 시간가는 줄 모르고 새벽까지 티브이를 보게 된다. 내가 티브이를 보지 않는 이유이다. 집에 티브이가 없다. 작년에 독립을 하면서 이사를 왔을 때 아예 티브이를 들이지 않았다. 보고 싶은 프로그램은 스마트폰으로 찾아서 필요한 부분만 시청한다.


이쯤되면 사람들이 내게 묻는다.

"너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냐?"


고백하자면 이것말고도 더 있다. 만나는 사람이 거의 없다. 친한 친구가 없어 술 한 잔하며 불타는 토요일을 보내지도 못하고 현재는 여자 친구도 없어 주말에 데이트 할 사람이 없다. 건강이 안 좋아 가려야 하는 음식도 많다. 시중에 파는 가공식품이란 가공식품 거의 다 안 먹고 하루에 밥만 세 끼 먹고 산다. 과식과 야식은 꿈도 못꾼다. 오죽하면 밤 늦은 시간에 치맥을 하는 게 나의 로망이겠는가. 매운 음식은 하나도 못 먹는다. 남들은 매운 음식 먹으며 스트레스를 푼다는데 나는 매운 음식을 먹으면 스트레스를 풀기는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는다. 아직까지 나보다 매운 음식을 못 먹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신라면도 헉헉거리며 먹을 정도이니 말이다.


주말에 그 흔한 낮잠 한 번 자본 적 없다. 집에 가만히 붙어있지를 못한다.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스타일이다. 흘러가는 시간을 가만히 두지 못한다. 산책을 하며 풍경을 감상하든 밖에 나가 사람을 만나든 카페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든 뭘 해도 해야 한다. 남들에게는 주말이 늦잠을 자며 그동안 못잔 잠을 보충하는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평일에 하지 못한 것을 하는 가장 의욕이 넘치는 시간이다.


이러한 사실까지 알게 되면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너는 뭘로 스트레스를 푸냐?"

"도대체 무슨 낙으로 사니?"


이 정도면 그나마 순화해서 표현한 말인 듯하다. 왜냐하면 눈빛은 나를 다른 별에서 온 사람처럼 바라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런 시선도 이제는 익숙하긴 하다만.


나름 즐기고 삽니다

누군가에게는 술을 마시는 게 유일한 낙일 수 있고 담배를 피우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기도 한다. 티브이를 보면서 고된 일상을 잠시나마 잊기도 하고 게임을 하면서 무료한 시간을 달래기도 한다. 매운 닭발을 뜯으며 스트레스를 풀기도 하고 밤 늦은 시간에 치맥을 먹으며 "그래, 이 맛에 내가 살지."라고 말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누리는 그런 재미는 모르지만 나도 내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 많다.


주말마다 기타학원에서 기타를 배운다. 배운 곡을 연습해서 학원 발표회 때 공연을 하기도 하고 버스킹을 하거나 라이브카페에서 노래하며 기타를 치기도 한다. 음악은 내 삶의 일부분이다.

책을 읽는다. 남들은 수면제라며 기피하지만 나는 책이 좋다. 남들이 게임을 하며 재미를 느낄 때 나는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낀다.

글을 쓴다. 브런치에서 내가 쓴 글을 누군가 읽어줄 때, 댓글로 서로의 대화하고 소통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올해 내 이름으로 된 책도 출간하면서 남들은 쉽게 느낄 수 없는 성취감과 뿌듯함도 많이 느꼈다.


혼자서 잘 돌아다닌다. 혼밥도 잘하고 혼자 영화도 잘 본다. 혼자 온종일 카페에서 시간도 잘 보낸다. 요즘은 주말마다 아침자유수영을 하는 것에 맛들렸다. 강변도로를 따라 걷는 것도 내가 느끼는 재미 중 하나이다. 시내에 나가 거리 곳곳을 구경하고 서점에 가서 책도 산다. 심심할 틈이 없다. 누구보다도 알차게 잘 산다.


내가 대전토박이보다 대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던 이유

얼마 전 업무교육 때문에 대전에서 2달 간 생활을 하고 내려왔는데 어느 때보다도 알찬 시간을 보내고 왔다. 늦잠을 자는 동기생들과 달리 나는 아침시간부터 다르게 활용했다. 매일 아침 5시 30분에 일어나 수영장에서 수영을 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끔은 수영 대신 온천을 하러 가기도 했는데 노천탕에 들어가 반신욕을 하고 있으면 그렇게 개운하고 좋을 수가 없었다.


저녁에는 숙소 근처에 있는 맛집과 카페를 찾아다녔다. 한 대학교에서 열리는 강연을 들으러 가기도 했고 차를 끌고 혼자 산에 야경을 보러 가기도 했다. 인기있는 관광지나 공원에도 여러 곳 가봤고 찜질방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도 했다. 동기들은 숙소에서 몇 시간 동안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고 있을 때 나는 혼자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즐기려 했다. 얼마나 재밌었는지 교육수료 후 집으로 가야하는데 더 즐기지 못한 아쉬움 때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2달 간 부지런히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30년 넘게 대전에서 살아온 대전토박이보다 내가 대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었다.




그러면 님은 무슨 재미로 살아요?

혼자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 즐기고 있다. 남들은 모르는 재미를 많이 느끼며 살고 있다. 이런 내 삶에 만족한다. 이쯤되니 이번에는 내가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이런 재미도 모르고 사는 여러분은 무슨 재미로 살아요?"


어떤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월한 삶과 열등한 삶에 대해 논하는 것도 아니다. 잘난 것도 없고 못난 것도 없다. 사람은 다 다르다. 저마다의 삶이 있다. 모든 삶은 나름의 의미가 있기 때문에 내가 누리는 재미가 더 우월하다는 것도 아니다. 단지 남이 볼 때는 내가 재미없게 사는 것처럼 보이지만 내 나름 즐기며 살고 있다는 것을 담담하게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혼자서라도 얼마든지 누릴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얘기할 뿐이다. 더 나아가 이런 재미를 여러분들도 함께 느껴본다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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