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기타치는 권작가 Nov 15. 2019

혼자 있는 시간을 통해 깨닫게 된 가족의 소중함

주말마다 부모님이 계시는 부산 본가로 간다. 그날도 운전을 하며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깜깜한 밤하늘을 보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딱히 만날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나에게는 가족이 있구나.'


불타는 토요일인데도 약속이 없었다. 나를 찾는 사람도 없었고 내가 연락할 사람도 없었다. 씁쓸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하고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기도 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그런 중에 가족이 생각났다. 엄마와 아빠 그리고 누나의 얼굴이 떠올랐다. 왠지 마음이 든든해졌다.


이해관계에 따라 만났다가 헤어지는 세상 사람들과 달리 가족은 항상 내 옆에 있었다. 내가 잘했든 못했든 상관 없이 언제나 내 편이 되어주는 가족이 있었다. 가족이 참 소중하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 문을 열고 집에 들어가는데 나를 반겨주는 부모님을 보니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혼자가 된 이유

만나는 사람이 별로 없다. 아니 거의 없다. 관계를 하고 싶지 않아서 다 끊고 사는 게 아니다. 한 때 나는 누구보다도 넓은 인맥을 가지고 싶었다. 주위에 좋은 사람들을 많이 두고 싶었다. 처음엔 사람을 가리지 않고 두루 친해지려 노력했다. 그러다 여러 사람을 만나다보니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


나와 성향이 다른 사람은 아무리 노력해도 친해지지가 않았다. 포기하고 나와 잘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잘 맞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 매번 내가 먼저 연락해야 하는 것에 대한 서운함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나만 연락을 하고 있었다. 내가 연락을 안 하면 상대방은 1년에 한 번을 연락을 안 했다. 주위에는 온통 내가 먼저 연락하지 않으면 볼 수 없는 사람들 뿐이었다. 주기만 하는 관계 속에 지쳐갔다. 결국 나도 연락을 안 하기로 했다. 그렇게 한두 명씩 연락을 안 하면서 서서히 멀어지다보니 어느새 주위에 사람이 아무도 없게 된 것이다.


혼자라는 상황 속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

외톨이라는 생각에 외로울 때가 많았다. 우울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어떤 상황 속에서도 배울 점은 있다고 생각했다.


'혼자라는 외로움 속에서 내가 무엇을 얻을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하게 되면서 내 옆에는 가족이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놀고 즐기곤 했던 20대 중반까지만 해도 한 해의 마지막 날은 친구들이나 모임 사람들과 함께 술을 마시며 보내는 게 제일 즐거운 일이었다. 하지만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고 나서부터는 가족과 함께 새해를 맞는 것이 가장 의미 있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게 되었다.


주위에 사람이 없었던 덕분에 엄마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으며 깊은 대화를 자주 나눌 수 있었다. 사람들은 힘든 일이 있으면 보통 친구에게 털어놓는다. 동갑이 형이든 누나든 언니든 동생이든 할 것 없이 가족보다는 직장동료나 학교친구에게 하소연하기 마련이다. 그런 사람들과 달리 나는 내 마음을 털어놓고 얘기할 사람이 없었다.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이 없었다. 결국 털어놓고 얘기하게 된 사람이 바로 우리 엄마였다.


신경질적이고 예민했던 20대 시절에 직장에서 상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곤 했다. 화가 안 풀린 상태로 귀가할 때가 많았다. 조금이라도 기분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엄마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털어놓곤 했다. 솔직히 엄마가 내 얘기를 잘 들어주는 건 아니었다. 내 마음을 이해해주기보다는 옳은 얘기를 하는 것 때문에 더 짜증날 때가 많았지만 그래도 말을 할 수 있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다 싶었다. 엄마는 어엿한 성인이 되었는데도 칭얼거리는 나를 이해해주려 했고 나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라도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음이 울적할 때면 누나네 집으로

엄마만큼이나 누나도 나에겐 소중한 사람이라는 걸 느끼게 된 계기가 있다. 언젠가 한 번은 약속도 없이 혼자 배회하다가 누나집에 놀러가게 되었다. 누나와 매형은 나를 반겨주었고 맛있는 음식도 만들어줬다. 음식을 먹으며 웃으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혼자라는 외로움은 사라지고 즐겁게 웃고 있는 나를 보았다. 누나와 매형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


그 이후로 힘든 일이 있거나 마음이 울적할 때면 누나집을 찾는다. 한두 시간 웃으며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금세 기운을 찾게 된다. 혼자였기에 누나와의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누나와의 관계도 더 깊어질 수 있었다.


나에게 친구가 없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다. 혼자 놀고 혼자 지내지만 여전히 사람이 고프다. 주위에 사람이 없었기 때문에 가족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은 단지 나를 긍정하기 위함이다. 친구가 없다고 울상을 해봤자 변하는 건 없다. 그 속에서 배울 점을 찾고 싶었고 그것이 내게는 가족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혼자인 지금의 나를 아쉬워하고만 있을 건 없는 것 같다. 결국엔 무엇을 보느냐가 중요한 거니까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혼자 그 외로움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