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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Nov 14. 2019

혼자 그 외로움에 대하여

혼자여도 외롭지 않는 방법

사람들이 묻는다. 혼자 놀면 심심하지 않느냐고, 혼자 있으면 외롭지 않느냐고. 물론 심심하다. 외롭기도 하다. 혼자라 편한 것도 있지만 가끔은 쓸쓸함이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바쁘게 살려고 노력했다.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국내, 해외 할 것 없이 여기저기 여행을 다니고 동호회를 다니며 기타도 배우고 사람도 만나고 하는 모든 것들이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함이기도 했지만 나를 외롭지 않게 만들고 싶어서이기도 했다. 


선천적으로 집에 가만히 못 있는 성격이기도 했지만 외로움에 빠져 가만히 있기가 싫었다. 집에 틀어박혀 있는다고 해서 부정적인 감정이 해소되는 것도 아니었다. 울적할수록 몸을 많이 움직여라고 한다. 그 말대로 계속해서 나를 바삐 움직이게 만들었다. 나를 좋은 곳으로 데려가주었고 멋진 풍경을 보게 만들어주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줬고 다양한 사람을 만나게 만들어주었다. 


혼자 노는 나의 일상들이 언뜻보면 단순히 놀고 즐기는 것처럼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행동들은 사실 나 자신을 돌보는 과정이었다. 주위를 둘러보면 자기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의 생각은 결여된 채 남의 시선만 의식하고 타인의 기준에만 맞춰 사느라 정작 자신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로 살기 열풍이 불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내가 혼자 놀고 즐기는 것은 나로 살겠다는 격렬한 몸짓이다. 나 자신을 돌보고 사랑하겠다는 다짐이다. 


혼자여도 외롭지 않는 방법

사람은 보통 혼자 있으면 외롭다고 생각하고 같이 있으면 외롭지 않다고 생각한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혼자 있는 사람은 무조건 외로워야 하고 함께 있는 사람은 무조건 즐거워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혼자라고 해서 반드시 외로운 건 아니다. 혼자 있으면서도 재밌게 잘 노는 사람이 있고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 있으면 외로울 확률도 높고 함께 있으면 외롭지 않을 확률이 높다라는 식으로 확률적으로 얘기를 한다면 일리가 있는 말일 수 있지만 단순히 혼자냐 아니냐에 따라 '외로움을 느낀다, 안 느낀다'로 양분할 수는 없다. 


혼자서 외로워도 봤고 즐거워도 봤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며 즐거워도 봤고 사람들 속에 있으면서도 외로워도 봤다. 오랜 시간동안 다양한 외로움을 겪고나서야 알게 됐다. 외로움이란 감정은 '혼자'라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외롭다는 생각'이 나를 외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외로움에서 벗어난 지가 불과 몇 년 되지 않았다. 그 전까지는 지독한 외로움에 빠져 살았다. 외로움을 넘어 우울함을 느낄 때도 가끔 있었는데 제일 외로운 감정을 많이 느꼈던 때는 해지는 저녁 하늘을 바라볼 때였다. 저녁노을을 보고 있으면 그렇게 외로울 수가 없었다. 나도 모르게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저녁노을은 아무 죄가 없었다. 해가 나를 외롭게 만들려고 수평선 너머로 지는 것은 아니었다. 자연의 섭리대로 뜨고 질 뿐이었다. 그런 해를 보고 내가 외로움을 느꼈을 뿐이다. 


비 오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보슬보슬 내리는 풍경을 보면 괜스레 감성적으로 변했다. 내 마음도 비를 따라 촉촉히 젖어드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러한 감정도 내가 생각하고 느꼈을 뿐이다. 비가 나에게 외로움을 안겨준 적이 없다. 비가 나를 외롭게 만들려고 내리는 것도 아니었다. 비에게는 아무 잘못이 없었다. 외로운 감정의 주범은 내 마음과 생각이었다. 


외로워서 외로운 게 아니라 외롭다는 생각이 외로움을 불러 일으킨다는 것을 알게 될 때 내 안에 숨어있는 외로움의 실체와 마주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 외로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내 감정을 주도적으로 이끌어나갈 수 있었다.


물론 가끔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외로움이 사무칠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내 감정을 가만히 바라본다. '내가 지금 외로움을 느끼고 있구나.'하고 제3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본다. 어떤 일이든 자기 일이면 크게 느껴지지만 남의 일은 아무리 큰 일도 사소하게 생각이 되듯 감정도 마찬가지다. 내 감정을 타인의 감정인마냥 바라보면 생각보다 그리 거대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옆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듯 내 마음을 바라보고 있으면 외로움이 한 순간에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더 깊은 곳으로 빠져들게 만들진 않는다. 그러면서 서서히 사그라든다. 내가 외로움에 대처하는 방법이다. 




1인 가구가 증가됨에 따라 혼자인 사람들이 많아졌다. 인터넷과 SNS 등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는 많아졌지만 어찌됐는지 사람과의 거리는 더 멀어졌다. 사람들은 더욱 개인적이고 이기적으로 변해가고 있고 자의적 또는 타의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외로움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 역시도 이러한 사회 속에서 살고 있기에 혼자라는 외로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하지만 나는 외롭지 않기로 했다. 즐겁고 재미난 것을 찾아다니기로 했다. 혼자 캠핑을 하고 호캉스를 하고 버스킹을 하며 혼자만의 라이프를 즐겨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재밌는 것을 찾아다닐 생각이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나 자신을 낯선 곳에 던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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