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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타치는 권작가 Dec 16. 2019

먹고살기 나아졌더니 간절함이 사라졌다

얼마 전부터 부쩍 게을러져버렸다. 한 때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할 정도로 누구보다도 부지런한 나였지만 요즘따라 게으름을 피우는 게 왜 그렇게 좋은지 모르겠다. 



쉬지 않고 달려왔다

삶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하기 시작한 20대 중반부터 미친듯이 달렸다. 내세울 게 없었던 나는 성공하고 싶었다.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계속해서 부딪히며 도전해왔다. 그렇게 생각하며 사는 것이 습관이 돼서 그런지 쉴 줄을 몰랐다. 계속해서 뭔가를 해야 하는 강박이 생겨버렸다. 집에 가만히 붙어있지 못하는 성격도 그렇게 만들어졌다. 


집에서 티브이를 보거나 주말에 낮잠을 자는 것을 싫어한다. 휴식이라는 생각보다는 시간을 허투루 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를 성장시키는 건설적인 뭔가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야 오늘도 뭔가를 해낸 것 같은 기쁨을 느낀다. 동시에 안도감도 느낀다. 



예전 일상 vs 요즘 일상

아침형 인간의 생활을 했다.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썼다. 퇴근을 하고 난 후에는 매일 카페에 가서 글을 썼다. 주말도 예외는 아니었다. 카페에서 하루종일 살다시피 하며 글을 썼다. 뒤늦게 대학교를 다니며 공부를 하고 있고 자격증 취득을 위해 틈틈히 공부를 하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불과 얼마 전까지의 나의 일상이었다. 


요즘은 일상이 바뀌었다. 퇴근하고 나면 집에서 쉰다. 아니 잔다. 그것도 저녁을 배불리 먹은 후 치우지도 않고 불을 켠 채 땅바닥에 그대로 누워 자버리곤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하루를 시작하던 내가 이제는 출근 직전까지 잠을 잔다. 주말에는 딱히 할 게 없어 여전히 카페를 가긴 하지만 예전처럼 하루종일 붙어있진 않는다. 


처음엔 그동안 너무 달리기만 했기 때문에 지쳐서 그런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았다. 곰곰이 생각해봤다. 원인은 내 삶이 예전보다 먹고살기가 편해졌다는 데 있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고 나니 간절함이 없어졌다. 성장을 위한 도전은 계속하고 있지만 예전과 같은 절박함은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취직 직후에는 책을 쓰기 시작한 덕분에 매일 글을 쓰며 부지런히 움직였지만 책을 출간하고 나서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안정적인 직장을 가졌고 책을 써서 작가라는 타이틀까지 얻게 되었으니 더 이상 그렇게 노력하며 살지 않아도 괜찮아진 것이다. 


이런 내가 낯설다. 적절한 휴식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들지만 누구보다도 부지런한 나였기에 나 자신이 어색하게 느껴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휴게소에 잠깐 들른 거라고 생각해봐도 불안한 마음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다시 시작하자

사실 방법은 없다. 마음 놓고 아예 푹 쉬거나 아니면 다시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달리거나 둘 중 하나다. 지금은 "하긴 해야겠는데 몸이 안 따라주네."라는 핑계를 대며 게으름을 피우고 있지만 나는 안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이 글을 쓰는 이유는 사실 나 자신을 되돌아보기 위함이다. 해이해진 내 마음을 바로 잡기 위한 성찰이다. 


목표부터 설정해야겠다. 내가 지금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 바로 떠오르는 건 역시나 두 번째 책쓰기다. 어서 빨리 쓰자. 초고는 써놨으니 좀 더 다듬어서 마무리 한 후 투고를 하자. 독서도 더 많이 하자. 한 동안 책을 거의 안 읽었다. 다시 책을 읽자. 내일부터가 아닌 오늘부터, 바로 지금부터 시작하자.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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