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입과 행복

by 다정한 태쁘

공부하는 남편 옆에서 맥주를 마시며 <나는 솔로>를 봤다. 한참을 웃다가, 슬금슬금 눈치를 봤다. 시끄럽고 방해된다고 투덜댈 법 한데, 옆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모르는 사람처럼 집중하는 모습이 신기하고 믿음직스럽다. 남편의 몰입은 어디에서 나올까. 그 궁금증이 글을 쓰게 한다.

남편은 공부하면서 주변을 의식하지 않는다. 화면 속 소음,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 아이들의 웃음소리, 모든 것에 태연하다. 한 번도 짜증 내지 않고 흐트러지지 않는다. 참는 게 아닌 거 같다.

만약 참는 거라면 부처일지도 모른다. 어떻게 그는 이렇게 몰입할 수 있을까. 재능이라기보다는 습관과 태도의 문제인 것 같다.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이유를 생각해 보면, 정보와 자극이 끊임없이 들어온다. 그러다 보면 마음이 과거와 미래, 불안과 욕망에 분산된다. 집중하지 못하면 순간을 선명하게 느낄 수 없다. 사소한 것에 짜증과 불만이 생기게 마련이다. 남편이 몰입하는 모습을 보며 나의 몰입도 생각해 봤다.

책을 읽는 동안 주변 소리가 희미해지는 순간이나 글을 쓸 때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것을 경험했다. 그렇게 몰입하고 나면 몸과 정신이 맑아진다. 한겨울 냉수에 잠시 몸을 담갔다 나온 느낌처럼 고통스럽지만 개운하게, 나를 '지금'에 정확히 놓는다.

집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삶은 다르다. 몰입하는 사람은 어떤 오해 없이 순간을 선명하게 산다. 선택한 일에 몸과 마음을 맡기면 결과와 무관하게 과정에서 안정과 기쁨이 자연스레 찾아온다.

하지만 몰입하지 못하면 외부 자극에 마음을 빼앗기고 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늘 부족과 불만, 번뇌를 안고 살아가다 보면 삶 전체가 바뀌기도 한다.


몰입해 보지 못한 사람은 동의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몰입은 행복과 동의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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