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와 릴스의 중독 생태계에서 ‘생각’하는 나로
“햇볕은 신생하는 현재의 빛이고 지금 이 자리의 볕이다. 혀가 빠지게 일했던 세월도 돌이켜보면 헛되어 보이는데, 햇볕은 쪼이면서 허송세월 한 때 내 몸과 마음은 빛과 볕으로 가득 찬다.”(허송세월, 김훈)
허송세월 하지 않으려고 그렇게 부단히 하루를 보냈지만 하루를 마무리하면 자주 허무함에 빠진다.
허송세월이란 무엇인가
하는 일 없이 세월만 헛되이 보내는 게 사전적 의미라면 나에게 허송세월은 다른 의미이다.
사색하고 관찰하고 ‘허송세월’하며 보냈던 하루들이 모여 ‘생각’하고 있는 나를 느낄 때 진정한 자유를 만끽한다.
스마트폰으로 바뀐 일상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줌과 동시에 생각할 겨를을 주지 않는다.
이미 알고리즘(아마도 내가 나를 아는 것보다 더 많이 나를 알고 있는, 그래서 이름이 ‘알고’ 리즘인가 보다)을 통해 내가 검색했거나 오래 시선이 머물렀던 정보만을 쏟아내고, 어느 순간 검색어조차 입력하지 못한 채 흘러들어 간다.
아이의 시력이 걱정되어 안과를 찾고 여러 유용한 정보를 찾아봤을 뿐인데 그날부터 나의 인oo에는 아이 눈 영양제 광고로 도배된다.
누구는 귀여운 강아지에 관련된 쇼츠와 릴스에, 남편은 골린이 탈출하기에 급급하다.
그렇게 자유의지 인지 아닌지 나만의 맞춤형 영상들을 보다 정신이 번쩍 들어 시계를 보면 매번 ‘시간이 언제 이렇게 흘렀지..’로 마무리된다.
우리나라에만 백만 유튜버가 천명이라는데, 나는 고작 그들 중 한 두 명을 알뿐이다. 히잡은 어마어마하게 먹는 백만 유튜버지만 먹방에 관심 없는 나는 그녀의 이름을 처음 들어본다. 검색어를 입력한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쇼츠와 릴스는 각자가 관심 있어하는 맞는 맞춤형 정보를 제공하고 그것에 익숙해진 우리는 내가 원하고 관심 있는 정보에 흘러들어가 무의미 하게 스크롤을 내린다.
이러한 온라인 생태계는 나를 그곳에 고립시킨다.
이것이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수동적으로 ‘제공되는’정보 그 이상의 것을 알 수 없다.
생각하자,
고민하고 능동적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알고리즘이 나를 알고 보여주는 중독성 강한 그것들을 경계해야 한다.
현대 기술과 정보 과부하가 우리의 생각과 경험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보고 능동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진다면, 남들과는 다른 특별함을 만들 수 있다.
쇼츠와 릴스로 허송세월 하기보다는,
사색하고 관찰하며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나의 생각과 허송세월 해보면 어떨까.
- 폴 발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