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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태임 May 31. 2021

서핑, 한 번 해볼까?

5일간의 서핑 실패기

5월 31일. 바다의 날. 나에게 바다 하면 떠오르는 건 최근 다녀왔던 서핑이었다. 

휴가를 내고 다녀왔던 5일간의 서핑기. 극초보의 서핑 실패기. 더불어 물 공포증까지 얻어온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한다.





머리 아픈 회사를 잠시 뒤로 하고, 휴가를 냈다. 5일간의 달콤한 휴가. 뭘 하지 고민하다가 작년에 갔던 1박 2일 서핑이 생각나 서핑여행을 가볼까 다짐했다. 강원도의 금진해변. 사람도 별로 없고 한적하니 바다랑 지내기는 딱일 것 같았다.


11:01 KTX산천 동해행


서울역에서 정동진역으로 KTX를 탔다. 약 2시간 정도가 걸렸다. 내가 대전에 내려갈 때 무궁화를 타고 가는 시간과 똑같았다. 생각보다 별로 안 걸렸다. 시간관념이 이상해진 걸까. 옆에는 어떤 남자가 앉았다. 옆에 앉은 남자는 게임방송을 보면서 귀에 이어폰을 꽂고 있었다. 아침부터 보던 '나의 문어 선생님'이라는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잠이 들었다. 좀이 쑤셨다. 앉은 게 불편하니 눈이 떠졌다. 웹툰을 조금 보다가 1시 10분, 정동진역에 도착했다. 


날이 더웠다. 수요일이었는데 사람들이 엄청 많았다. 쉬는 날이라 그런가. 정동진역에 내리자마자 바다가 보였다. 옆에는 사람들이 레일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왔을 때가 친구와 겨울 해돋이를 보러 왔을 때였다. 벌써 몇 년 전, 그때와 지금의 분위기가 너무 달랐다. 가라앉고, 무채색이었던 겨울과 달리 생동감이 넘쳐났다. 와- 바다다 하는 감탄사와 함께 사람들이 지나가는 레일바이크에 시선을 빼앗겼다. 당장이라도 레일바이크를 신청하러 갈 것만 같았다. 나도 타고 싶었지만, 나에겐 시간이 많지 않았다.


정동진역 바로 앞, 사람들이 레일바이크를 타고 있었다.


13:30, 픽업차량이 도착하기로 한 시간이다. 내가 간 서핑 샵에서는 정동진역으로 9:30, 13:30 차량을 운행해줬다. 대신 이건 서핑 샵으로 가는 길만 가능했다. 다시 정동진역으로 올 때는 알아서 택시를 잡고 돌아와야만 했다. 잠깐 화장실에 들렸다 픽업 차량을 기다렸다. 사실 어떤 차인지 정확하게 몰랐다. 쨍한 볕을 쐬며 택시정류장 앞 벤치에 앉았다. 택시기사 아저씨들이 나를 흘끔 쳐다봤다. 인스타그램으로 픽업차량이 어떤 건지 물어봤다. 흰색 봉고차라고 했다. 일단 감사하다고 대답했다. 속으로 혼자 고민했다. 그냥 흰색 봉고차라고 하면 어떻게 알아. 서핑 샵 이름이 들어가 있는지 한 번 더 물어봐야 하나? 아니면 차량번호가 뭐냐고 물어봐야 하나? 왜인지 물어볼 때마저 낯을 가려 물어보기 쉽지 않았다. 일단은 기다리자는 생각이 들었다.


30분이 지났다. 어라, 내가 흰색 봉고차가 왔는데 못 본건가? 아니면 저쪽 주차장으로 가신 건가? 갑자기 불안해졌다. 용기가 솟았다. 다시 DM을 보냈다. 혹시 봉고차에 서핑 샵 이름이 적혀있나요? 답은 없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니 저 멀리 흰 봉고차가 보였다. 차 옆면에 누가 봐도 서핑 샵에서 데리러 왔어요. 할 정도로 서핑 샵 이름과 파도가 도색되어 있었다. 차에 나만 탔다. 


어색한 공기가 흘렀다. 픽업해서 가는 사람이 나밖에 없었다. 선생님이 먼저 말을 걸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서울에서 왔어요. 서핑은 해보셨어요? 작년에 한 번 해봤어요. 이제 도착하면 2시 강습 같이 받으시면 될 것 같아요. 감사합니다. 이상하게 틱틱 끊어지는 대화. 그러는 사이 서핑 샵에 도착했다.





서핑 샵은 크게 두 곳으로 나눠져 있었다. 서핑 샵 / 커피숍 

서핑 샵 하고 커피숍은 거의 붙어있는 거나 다름없었다. 서핑 샵 문을 열고 나가면 바로 커피숍이었다. 서핑 샵을 이용하는 사람들은 커피숍도 자동으로 이용하게 돼있었다. 이 커피숍은 술, 치킨, 볶음밥 등등도 팔았는데 치킨이 되게 유명했다. 


강사님은 서핑 샵을 소개해주셨다. 서핑 샵 안쪽을 쭉 가로질러가면 있는 게스트하우스 방, 그 바로 앞의 화장대와 헤어드라이기. 수건 있는 곳과 슈트 있는 곳. 보드는 해변에 있었다. 소개를 다 해주시고는 2시 강습을 위해 슈트를 입고 나오라고 하셨다.


날이 너무 좋았다. 볕이 쨍했다. 강사님은 선크림 꼭 잘 챙겨 바르고 나오라고 말했다. 슈트를 골라주셨다. 원래는 슈트 안에 입을 수영복 등을 챙겨 왔었어야 했는데 나는 그냥 왔다. 속옷을 입고 그 위에 슈트를 입었다. 저기서 썬 머드를 아주 꼼꼼하게 얼굴에 바르시는 강사님이 보였다. 날이 너무 더워서 밖에서 이론 강습을 하는 것보다 안에서 이론 강습을 하고 나가자고 하셨다. 나 말고 강습받으시는 분이 한 분 더 계셨다. 

출처 : [위원석의 삼위일체] 서핑① '서핑 이것이 궁금하다'(하편)


이론을 통해 보드의 노즈, 테일, 레일 등 용어를 설명해주셨다. 보드의 맨 앞쪽이 노즈, 꼬리가 테일. 레일은 보드의 옆면을 뜻했다. 리시라는 게 있는데 이건 보드랑 서퍼를 연결하는 일종의 생명줄 같은 거다라고 설명해주셨다. 서퍼와 보드가 떨어지지 않도록 고정시켜주는 게 리시였다. 


파도를 설명해주시면서 서핑은 파도의 화이트 워터, 포말을 타는 게 아니라 길게 늘여진 그린 웨이브를 타는 스포츠다 라고 말씀하셨다. 서핑에는 전 세계에 통용되는 규칙이 몇 가지 있다고 하셨다. 


첫 번째. 한 파도에는 한 명씩 탄다.

만약 방향이 다르면 괜찮지만, 한 파도에 여러 명이 타게 되면 다칠 수 있고 그 사람의 진로를 방해할 수 있어서 안 된다. 타인이 타고 있는 파도를 빼앗는 것, 이게 스네이킹이다. 외국에서 가끔 이런 사례들이 있는데 정말 욕을 많이 먹는다.


두 번째, 피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서퍼에게 파도 우선권이 있다.

파도의 가장 높은 지점 피크, 여러 명의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리지만 한 파도에 한 명씩 탈 수 있기 때문에 피크에 가장 가까이 있는 서퍼가 파도 우선권이 있다는 것이다. 그 서퍼가 테이크 오프를 하면 다른 모든 서퍼들은 패들링을 멈추고 다음 파도를 기다려야 한다.


가장 크게 설명하신 건 이 두 가지였다.  


서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패들링과 테이크 오프였다. <이규현 저, '서핑에 빠지다'>라는 책에 보면 "서핑의 기본 방법은 이렇다. 파도를 잡기 좋은 위치로 패들 해 가서 저 멀리서 탈만한 파도가 오는 것이 보이면 얼른 보드의 노즈를 해변 쪽으로 돌려 해변을 향해 패들을 시작한다. 파도가 다가오는 것을 어깨너머로 확인하며 패들 해 파도의 속도와 나의 속도를 맞춘다. 그리고 파도가 나를 미는 느낌이 들 때 두세 번 더 세게 패들 한 후 재빨리 보드에서 일어나면 테이크 오프에 성공,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그런데 이게 말처럼 쉽지가 않다."


바로 이게 서핑이다. 강사님은 패들링과 테이크 오프, 라이딩에 대해 설명해주셨다. 패들링은 보드에 엎드려 양팔을 이용해 보드 좌우(레일)의 물을 노 젓듯이 밀고 나가는 행위다. 테이크 오프는 보드 위에서 일어서는 것이다. 라이딩은 보드 위에 일어선 채로 파도를 타는 것이라고 하셨다. 패들링-테이크 오프-라이딩이 한 몸이 되는 순간 '서핑'을 할 수 있다. A4용지에 보드 그림, 파도 그림, 서핑하는 그림 등을 그려주셨다. 이렇게 서핑 이론 수업이 끝났다.


이제 진짜 실습을 하는 시간이 왔다. 나와 다른 한 명의 강습생은 해변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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