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내면에는 아직 용감했던 스무 살이 살아있다
곧 마흔을 앞둔 나는
요즘 부쩍 자신감을 잃어가는 것을 느낀다.
아무것도 못할 것만 같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마저 놓아버리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그런 의기소침한 마음으로
퇴근길에 버스를 타고 있었는데
문득 창밖에 스쿠터 한 대가 지나갔다.
그 순간 먼지 쌓인 오래된 기억 하나가
선명하게 떠올랐다.
스무 살 무렵,
나에게도 지금과 비슷한 방황의 시간이 있었다.
자긍심 넘치던 일을 그만두게 되어
길을 잃은 것 같았던 그때,
나는 혼자서 비행기표를 끊고 제주도로 떠났다.
아무런 계획도, 잡아둔 숙소도 없이.
스쿠터 한 대를 빌리고 공항에서 집은
지도 한 장만 들고 제주도를 누볐다.
내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고,
멈추고 싶을 때 멈추고,
해안도로를 달리고,
마음에 드는 바닷가에서 사진도 찍었다.
배고플 땐 눈에 띄는 식당에서 식사를 했고,
해가 질 무렵엔 그제서야
근처 게스트하우스를 찾아 잠을 청했다.
그렇게 자유롭게 2박 3일을 보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모습이 믿기지 않는다.
어떻게 그렇게 했었는지 정말 아찔하기만 하다.
나는 이제 혼자서 여행 가는 것도 두렵고,
운전도 겁이 나서 못한다.
모든 결정 앞에서 망설이고,
안전한 길만 찾는다.
나는 어쩌다 이렇게
두려움을 가득 안은 채로 어른이 되어갔을까?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 실패에 대한 두려움,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가 나를 옭아매갔고,
그 대가로 나의 마음은 점점 더 작아지고 있던거였다.
스무 살 무렵의 나를 떠올리며
다시 일어나보자는 용기가 생겼다.
그리고 이 말을 전하고 싶어졌다.
그때는 너무 불안하고 막막했을 텐데,
용기 내서 지금의 나까지
열심히 살아줘서
정말 고맙다고 말이다.
이제는 많이 작아진 내가,
한때는 조금 대범했던 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