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껴두어야 할 '플랜 B'
헤지펀드계의 거물 조지 소로스가 중국을 흔든다. 소로스는 위안화 약세에 배팅했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부채로 성장을 일군 중국 경제는 경착륙을 피할 수 없다. → 중국 정부는 경제를 살리려 대규모 자금을 푼다. → 위안화 가치는 하락한다. 중국 공산당은 분개한다. 소로스를 투기꾼이라 비난한다. 중국 경제는 6%대 성장을 유지하며 연착륙할 것이라 반박한다. 누가 옳은가. 중국 당국이 옳다면 다행이다. 소로스와 위안화 약세에 배팅한 일부 헤지펀드만 돈을 잃으면 끝이다. 그러나 만약 소로스가 맞다면 세계는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 이미 만성적 저성장에 접어든 세계경제엔 중국의 경착륙에 대응을 마땅할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재정 확장은 미국에선 공화당의 반발로 유럽에선 독일의 반대로 어렵다. 신흥국은 재정 여력 자체가 없다. 유일한 대책은 통화정책.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은 양적완화와 마이너스 금리를 내놓았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통화정책을 사용했다. 문제는 교과서에도 없단 이 마이너스 금리의 약발이 들지 않는단 것이다.
미국, 유럽, 일본 중앙은행은 지난 수년간 제로금리를 유지했다. 유럽과 일본은 최근 마이너스 금리란 새로운 세계에 발을 디뎠다. 그러나 아직도 세계 경제는 디플레이션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상대적으로 건실히 성장 중인 미국만으로 저금리가 초래한 세계의 유동성을 감당하긴 벅찬 모습이다. 올해 4차례 금리 인상을 공언했던 미국 연준도 강달러 압박과 저성장 기조에 작년 12월 이후 금리를 올리지 못했다. 기록적 저금리가 실물 경제가 아닌 자산시장에 들어와 거품을 낳았던 비판도 만만찮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저금리가 임금/연금 소득자에 타격을 입혀 극우 정당을 출현시켰다고 비판했다. 리처드 쿠 노무라 경제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 후 기업과 가계가 부채 감축에 집중하고 있다며 마이너스 금리 무용론까지 펼친다.
마이너스 금리는 물가 상승을 통한 소비 증가 및 경기 부양이란 목표 달성에 실패한 것일까. 왜 이런 비판에도 선진국 중앙은행들은 기록적 저금리를 고집할까.
우선 현재 세계 경제가 금리 인상을 견뎌낼 체력이 없다는데 의견이 모아진다. 인구는 줄어들고 생산성 증가는 한계에 부딪혔다. 구조적으로 성장 달성이 어려워진 것이다. 장기채권시장엔 이미 만성적 저성장을 우려하는 투자자의 염려가 반영돼 채권 가격이 많이 오른 상태다. 중국발 호황의 여파인 과잉투자 문제도 해결돼지 않았다. 국가별로 정치적 반목은 격화돼 대규모 재정정책 가용이 어려운 상황. 중앙은행만이 행동을 취할 수 있었고, 어쩔 수 없이 마이너스 금리까지 오게 됐단 주장이 힘을 받는다. 이런 현실에서 당장의 경기 악화를 이유로 한국은행에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한국 경제 상황에 비해 현재 1.5%인 기준 금리가 높단 주장이다. 그러나 정작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당사자들조차 그 효과에 대해선 명확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
지금은 금리를 인하할 때가 아니다. 인화 효과도 불확실할뿐더러 앞으로 닥쳐올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 아껴두어야 한다. 소로스의 예측이 틀리길 바라면서 그의 판단이 옳았을 때를 대비해야 한다. 지금 한국 경제가 어렵지 않단 뜻은 아니다. 수출의 주요 축, 조선-해운 산업의 중심인 동남권 벨트가 무너졌고 다른 주력 사업의 수출도 지속 하락 중이다. 그러나 지금이 바닥인가 묻는다면 동의하기 어렵다. 기업부채, 가계부채와 함께 앞으로 몰려올 위기의 전조에 가깝다.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카드는 최악을 대비한 플랜 B로 아껴두어야 한다. 고통을 견뎌내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