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중앙일보로 돌아와서
"그래서 넌 무엇을 쓰고 싶어?"
최근 이런 질문을 여러명에게 받았습니다. "넌 무엇을 쓰고 싶어?"라는 질문은 "그래서 넌 무엇을 하고 싶어?"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기자 생활 7년차인데, 막상 이런 질문을 받으니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저 "좋은 글이 쓰고 싶습니다"는 말만 겨우 할 수 있었습니다.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에도 명확한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기자는 쓰는 직업입니다. 무엇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답하지 못하는 기자라니. "내가 왜 이럴까"라는 고민을 했습니다 그리고 중단했던 브런치를 다시 열게 됐습니다. 무엇이라도 쓰다보면 혹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싶어서요. 쓰는 게 무서웠던 적도 있는데, 이렇게 다시 끄적입니다.
올해 중앙일보로 돌아왔습니다. 작년엔 JTBC기동이슈팀에서 기자 생활을 했습니다. 저희 회사는 신문과 방송 사이에 가끔 인사교류가 있습니다. "어떻게 전혀 다른 회사를 다니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팩트를 발굴하고 새로운 소식을 알린다는 점에서 크게 다른 점은 느끼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는 게 많이 그리웠습니다. 지금은 정치부로 발령이 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매일 벌어지는 일들만 취재해도 쓸 것들이 한가득입니다. 그런데 왜 저는 "무엇을 쓰고 싶냐"는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일까요.
"저는 00과 같은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언론사 지원자들의 자기소개서에 항상 담기는 문장 중 하나입니다. 저 역시 비슷한 말을 적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런데 기자생활을 할수록 써야만 하는 기사는 잘 보이는데, 내가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는 조금씩 까먹는 것 같습니다. 해야만 하는 일들이, 하고 싶은 일들을 조금씩 삼켜먹는 과정이랄까요. 매일 출퇴근이란 일상의 흐름에 몸을 맡기다보면, 무엇을 쓰고싶다, 무엇을 하고싶다던 과거의 세심하고 예민한 촉들이 무뎌져 감을 느낍니다. 그렇게 직장인이 되어간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부터라도 무엇이 쓰고 싶은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다시 생각해보려 합니다. 10년 전 캠퍼스 풀밭에서 기자 선배들과 도시락을 까먹으며 저널리즘이 무엇인지 토론했던 순간들이 많이 그립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인사드립니다. 열심히 써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