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2035
밀레니얼 세대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금 한국 정치에서 가장 주목받는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36·1985년생)와 장혜영 정의당 의원(34·1987년생)은 모두 밀레니얼 세대다. 밀레니얼 세대(1982년생~2000년생)들에겐 항상 ‘부모보다 가난한 첫 세대’ ‘88만원 세대’ 혹은 ‘잃어버린 세대’와 같은 절망의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범위를 조금 더 좁혀 마케팅 시장의 집종 조명을 받는 ‘Z세대(1995년 이후 출생)’를 제외한 ‘나이든 밀레니얼’의 현실은 더 암울했다.
기자 역시도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대학을 다닌 밀레니얼이다. 언론과 전문가들은 우리를 안쓰럽게만 쳐다봤다. ‘메타버스’ ‘디지털 휴먼’과 같은 화려한 수식어도 없었다. 그래서 이 밀레니얼에 속한 두 정치인이 주목받는 현실은 낯설게 느껴진다. 언론이 ‘이준석 현상’이란 분석을 쏟아내는 것도, 밀레니얼이 주인공으로 서는 장면을 어색해하기 때문은 아닐까.
정치인이 밀레니얼 세대라 하여, 밀레니얼을 대표한다는 것은 순진한 생각일 수도 있다. 또한 이준석과 장혜영이 추구하는 정치의 방향은 확연히 다르다. 밀레니얼 세대 중에도 어느 부모를 만나고, 어느 정부를 만났느냐에 따라 자산 부자와 벼락 거지가 된 이들로 계층이 갈린다. 세대 간의 갈등보다 세대 내의 갈등과 격차, 세대 내 성별 간의 갈등이 심해졌다는 분석도 있다. 이 문제는 여전히 386세대에서 후보군이 거론되는 대통령 선거로 해결되긴 어렵다. 밀레니얼 정치인이 직접 풀어야 할 숙제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이 문제를 밀레니얼 스스로 풀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 타자가 아닌 주인공이 됐다는 점이다.
‘○○○ 현상’은 한국에서 신기루처럼 사라지곤 했다. 주로 사람의 이름이 붙은 현상은 더욱 그랬다. 그래서 ‘이준석’과 ‘장혜영’ 개인을 보며 한국 사회의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것처럼 말하는 것은 과장 아니냔 말도 한다. 호들갑 떨지 말라는 것이다. 설령 그럴지라도 “이준석이 얼마나 가겠느냐”라거나 “장혜영은 소수 야당의 의원일 뿐이다”는 자조 섞인 반응에 동의하진 않는다. 오히려 이미 이 세대에서 총리와 글로벌 기업의 CEO가 나온 다른 나라와 비교하면 우린 늦은 감이 있다.
이런 변화의 뒤편엔 뒤늦게나마 세상의 중심이 되려 하는 잊혀진 밀레니얼들이 있다. 세대를 넘어 주류 교체를 원하는 밀레니얼의 반격이 시작된 것이다. 이제 막 중간관리자가 되어 하루하루 출근하는 것조차 버거운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하지만 밀레니얼을 향한 동정 어린 시선을 거부할 만큼 이제 각자의 손엔 조금씩 힘이 쥐어졌다. 이준석과 장혜영을 응원하지 않는 분들도 밀레니얼의 반격엔 관심 가져 주시길 바란다.
2021년 6월 2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