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이네, 떠나볼까?"
직장인 동생과 시간 많은 누나, 그 말 한마디에 분주해진다.
우리는 몇 년째,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짐을 싼다. 동생은 업무에서 잠깐 숨을 쉬고 싶어 하고, 나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고 싶다. 그렇게 방향을 정하지 않아도 발길이 닿는 곳은 늘 비슷하다. 사람은 많지 않고, 말이 통하지 않아도 괜찮은 조용한 일본 소도시.
걷고, 먹고, 카페에 오래 앉아 있고, 온천에 몸을 담그고. 둘 다 술은 못 마시지만, 맛있는 한 끼와 말없이 흐르는 시간만으로도 충분하다.
동생은 부지런하고 계획한 것을 꼼꼼히 보는 걸 좋아한다. 나는 시간 약속엔 철저하지만, 일정이 틀어지거나 안 가도 상관없는 쪽이다. 한때 여행 일을 했던 믿음직한 동생의 리드 덕분에 일정은 늘 단단하고, 나는 그 흐름에 올라탄다. 물론 중간중간 참견도 한다.
늘 메뉴를 고르다 싸운다. 나는 가격을 보고, 동생은 사진만 본다. 숙소 조명이 어둡다며 한마디씩 던지기도 한다. 그래도 이상하게, 여행을 준비하는 순간부터 돌아오는 날까지는 한 달 넘게 마음이 편하다. 그건 매번 같다.
이번엔 마쓰야마다. 낯설지 않은 골목과 처음 보는 트램이 공존하는 도시. 트램 옆 골목의 조용한 카페에 앉아 있으면, 동생은 늘 지도 앱을 켜고 무언가를 찾고 있고, 나는 창밖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갑자기 메뉴를 바꾸자고 한다. 그리고 또 시작이다. 작고 조용한 식당 앞에서 몇 분간 티격태격하고, 결국엔 둘 다 만족한다.
고요한 마쓰야마와, 소란스런 남매는 어울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