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3시. 잠도 제대로 안 깬 눈으로 핸들을 잡고, 동생을 조수석에 태운 채 인천공항으로 출발. 우리가 이렇게까지 부지런할 줄은 나도 몰랐다.
"7시 비행기가 우리를 부지런하게 만들었다."라고 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리며 달리던 고속도로. 아직 세상은 자고 있었고, 우리만 출근하는 기분이었다.
겨우겨우 공항 주차장에 차를 세워놓고, 비몽사몽한 상태로 보안검색을 통과했다.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깊은 수면. 눈을 떴을 땐 어느새 마쓰야마 공항이었다.
시차는 없지만, 기분은 이미 어딘가 '해외'였다. 공항에서 나와 무료 셔틀을 타고 시내로 이동했다.
나는 환전한 엔화를 주머니에 꼭 쥐고,
창밖 풍경에 넋을 놓았다.
동생은 옆에서 지도 앱을 보며 빠르게 현재 위치를 파악 중. 언제나 그렇듯, 나는 감탄 담당이고, 동생은 길 찾기 담당이다. 역할 분담은 확실했다.
호텔에 도착했지만 체크인 시간은 한참 남아 있었다. 짐만 맡기고 마쓰야마 성으로 바로 직행. 피곤함? 그런 건 여행의 들뜬 기분에 묻혀서 이미 휘발됐다.
이 도시, 처음인데 이상하게 익숙했다. 구글 맵은 생소한 거리 이름을 보여줬지만, 발걸음은 자연스럽게 나아갔다. 낯선 골목에서 방향을 물어볼 일도 없었다.
우리끼리는 이걸 ‘전생에 와봤던 도시 이론’이라고 부른다. 마쓰야마는 우리가 무작정 도착한 걸 눈치채지 못한 듯, 조용히, 평온하게, 그대로 있어줬다. 우리도 그 사이로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