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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걷고 찍고, 말 많은 누나와 침착한 동생

빵은 아직, 성부터 가야 하니까

by Taei

마쓰야마 성으로 가는 길.
허기진 아침에 골목에서 풍겨오는 빵 냄새는 사람을 붙잡는다. 코메다커피 간판이 눈에 들어오고,

삶은 달걀, 토스트, 커피.

그 레트로 감성 때문에 일부러 들르고 싶었지만—
아니다. 성부터 가야 한다.

늘은 배보다 의지가 우선이다.공복 상태의 우리가 내린 전략은 **‘진짜 배고플 때 제대로 먹자’**는 단순한 결론이었다. 마쓰야마 성 입구에는 무료 리프트가 있다.무서운 걸 잘 못 타는 나는 잠깐 망설였지만, ‘더 늙기 전에 이런 것도 해보자’고 스스로를 설득한다. 발이 허공에 뜬 채 천천히 오르는 리프트.

공중에 매달린 이 시간 동안 괜히 지난 몇 년이 겹쳐 보인다. 그리고 이번에도, 무사히 도착했다.
생각보다 아무 일도 없었고, 그게 참 다행이었다. 성은 예상보다 조용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바람도 선선하고, 풍경도 단정했다. 성 하나를 통과하고 나니, 이제 진짜 배가 고프다.


우리는 커피부터 마시러 간다.코메다는 성 오르기 전 참았으니, 이제는 보상이다.
토스트에 딸기잼, 삶은 달걀, 진한 아메리카노.단순한 구성이지만 이상하게 위로된다.
이런 걸 아침 ‘셋트’라는 이름으로 파는 감성이 좋다.

점심은 현지 인기 메뉴라는 치킨난바. 관광객과 현지인으로 웨이팅이 끊이지 않는다.
간장 향 같은 무언가가 안에서 퍼지고 있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도 들어가게 될 분위기다.

정식 구성은 단출하다. 바삭하게 튀긴 닭고기 위에 맛있는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다.
짭짤하고 약간 단맛도 나는데, 마요도 간장도 아닌 묘한 맛이다.

첫 입을 베어물자 겉은 바삭했고, 속은 부드럽고 따뜻했다.
딱 그 정도 온기의 음식이 생각보다 큰 위안을 줄 줄 몰랐다.

나는 한두 마디 중얼거리다, 이내 조용히 먹는다.
동생은 처음부터 말이 없었다. 식당의 소음은 적당했고, 입안은 바쁘고, 마음은 평온했다.

그렇게 우리는 말 대신 식사로 대화하는 점심을 먹었다.


마지막 코스는 언덕 위, 구름 미술관.

정식 명칭은 ‘미술관’이지만, 우리는 그냥
‘구름 박물관’이라고 부른다.

카페에 앉아 딸기파르페를 먹는다.

휘핑도 많고, 딸기도 많고, 바닐라도 진하다.
조금 유치한 디저트인데, 지금은 그래서 더 위로된다.딸기파르페는 지금의 나에게

그냥 달콤한 음식이 아니라
‘괜찮아지고 있다’는 조용한 증거였다.

평소 좋아하지 않던 움식도 좋아지는 그런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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