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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코 골목 사이 고요한 시간들

by Taei

우치코 골목 사이 고요한 시간들

기차표를 사고 플랫폼에 섰을 때부터 마음이 붕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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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이지만 마쓰야마를 벗어나 근교로 향한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대감이 피어올랐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풍경을 바라보며, 머릿속으로 여행 일정을 정리했다.

‘우치코’라는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멋질 것 같은, 그런 예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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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코 역에 도착하자마자 우리 둘은 동시에 외쳤다.

“오길 잘했다, 진짜 잘했어.”
한적한 시골역 앞에서 괜히 들떠서, 작은 소란이 피어났다.

지도를 볼 필요가 없었다.

어느 골목이든, 어느 방향이든 괜찮았다.
조용하고 아름다운 골목을 따라 걷다 보면, 마음도 천천히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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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택 안 마루에 나란히 앉아 정원을 바라봤다.
분홍과 초록 사이에서 조용히 말을 건넨다.
“서로 잘 되자.”
그 말엔 웃음도, 진심도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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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피는 계절, 작은 정원, 정갈한 나무와 돌길.
이 풍경에선 시간이 멈춰도 괜찮을 것 같았다.
단순히 ‘예쁘다’는 말로는 부족한 어떤 기운이 있었다.

걷다 보니 다리도 살짝 무거워지고, 배도 슬슬 고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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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상점에서 간단한 반찬과 튀김을 사서 기차역 근처 벤치에서 나눠 먹었다.
이런 소소한 한 끼가 진짜 여행의 맛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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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절에는 누워 있는 부처가 있었다.
무언가를 말하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듯한 풍경.
잠깐이지만 마음이 놓이고, 맑아졌다.


돌아오는 길에 다시 생각했다.
마쓰야마에서 우치코까지의 시간, 전혀 아깝지 않았다고.
우리가 다녀온 게 아니라, 그 마을에 잠시 ‘머물다 왔다’는 느낌이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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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 정겨운 가게, 앞마당에 앉아 있던 개 한 마리까지.
우치코는 참 많은 걸 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기억은, 생각보다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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