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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짱 열차를 타고, 전통에 닿다

by Taei


전차를 타고 도고온천으로 향했다.

전차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마음도 조금 가벼워졌다.
출근길과는 전혀 다른 속도, 풍경, 분위기.
창밖에는 낮은 건물들 사이로 벚나무가 비에 젖은 채 지나가고,
차창에 기대어 있던 동생이 조용히 말했다.

“느리니까 좋다.”

마쓰야마 시내에서 멀어지는 동안, 머릿속 일정도 잠시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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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그냥 천천히 가기로 했다. 도고온천역에 도착하자,

먼저 눈에 들어온 건 초록색 선이 둘러진 고풍스러운 역사.

지붕이 낮고, 벽은 나무로 마감되어 있었다.
아무 말 없이 둘 다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사진을 찍고 나서야 마주 보고 웃었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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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 광장엔 봇짱 열차가 서 있었다.
실제로 움직이는 작은 증기기관차.
만화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외형에,

옆에 서 있던 꼬마 아이가 눈을 반짝이며 기차를 가리켰다.

그걸 바라보는 풍경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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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따라 걷다 보면 도고온천 본관이 보인다.
어디를 찍어도 엽서 같은 장면들.
사람들은 많지만 조용했고,
가게 앞에 앉아 있는 인력거꾼도,
스카프를 고쳐 매는 할머니도,
전부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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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와 돌로 이루어진 골목길을 걷다가
동생이 말했다.
“이 동네, 참 느긋하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 걸음도 그 말에 맞춰 자연스레 느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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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 근처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나눠 마시고, 도고에서의 시간을 계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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