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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의 온천, 시간도 잠시 쉬어간다

by Ta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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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에 도착한 날, 우리는 각자의 숙소로 향했다.

같이 다니는 여행이지만, 묘하게 개인 시간은 필요하다.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그런 흐름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나무 미닫이문을 열고 들어간 료칸 방.
다다미 향이 은은히 풍겼고,
창문 너머로는 온천 마을의 지붕들이 내려다보였다.

날씨는 흐리지만 괜찮은 하루가 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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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을 풀고, 온천탕으로 향했다. 사람이 적었다.

천천히 몸을 담그고, 눈을 감고,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로 했다.

뜨거운 물속에서 오래된 피로가 조금씩 풀렸다.
문득 떠오르는 생각도 있었지만 그조차 금세 물속으로 스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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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시간이 되어 다시 만났다.

“밥은 좀 이따 먹고, 일단 한 바퀴 돌자.”
말은 짧았지만, 둘 다 걷고 싶다는 데에 이견은 없었다.

가게 불빛이 골목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었다.

동네 슈퍼 앞 자동판매기에서 동생은 사이다를 뽑았고,
나는 아무 이유 없이 캐릭터 음료를 골랐다.

이럴 때 괜히 유치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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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가를 한 바퀴 돌고, 후지마트에서 주변에 나워 줄 군것질 거리를 샀다.
서로 말없이 장바구니에 이것저것 넣었지만, 고르고 나면 결국은 함께 나눠 먹게 되는 것들.

오늘처럼 천천히 흐르는 하루가 조금 더 이어졌으면 하는 마음으로

숙소로 돌아와, 창밖을 바라보며 앉았다.

오늘 하루는 무언가를 ‘채운’ 느낌보다는 잘 ‘비워낸’ 느낌이 더 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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