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고에서의 하룻밤을 보내고, 아침 일찍 고고시마로 향했다.
날씨는 여전히 맑고, 바다는 여전히 조용하다. 이쯤 되면 날씨 운이 참 좋다고 인정해야겠다. 목적지는 ‘고고시마’라는 작은 항구 마을. 이름도 귀엽고, 실제 모습도 참 조용하다.
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자전거를 타고 천천히 언덕을 오르다 보면 어느새 바다가 옆에 따라오고, 그 바다 너머로는 익숙하지 않은 풍경들이 펼쳐진다. 길가엔 고양이도 있고, 오래된 주택도 있고, 세상과 조금 거리를 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참을 달리다 만난 건 노랗게 칠해진 집들과 아주 작은 전기차.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동네에는 묘하게 장난기 어린 풍경이 많다. 마치 누군가 일부러 색을 칠해 놓은 것처럼. 이런 곳에선 자꾸 사진을 찍고 싶어진다. 꼭 특별한 건 없어도, 평소와는 다른 리듬이 마음을 끌어당긴다.
점심 무렵엔 이미 고고시마를 한 바퀴 돌고 페리 선착장에 도착했다.
배를 타고 다시 마쓰야마 시내로 돌아가는 길. 왠지 오래 머문 느낌이지만, 실제론 몇 시간밖에 안 된 하루치 여정이다. 그래도 머릿속엔 풍경이 하나 가득.
페리에서 바라본 바다 풍경은 여전히 좋았다. 자전거 두 대와 함께 조용히 돌아가는 길. 도시가 가까워질수록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들지만, 오늘은 이만큼이면 충분하다.
고고시마는 작고 조용한 마을이었고,
잠깐 들렀지만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