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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게라도 배워서 다행이다

by Taei

어릴 때 나는 자전거를 못 탔다.

겁이 많고, 운동신경은 늘 마이너스였다.

몇 번의 시도 끝에 넘어지고 다치는 건 기본,

자존심까지 스크래치가 났다.

자전거는 늘 나에게 ‘실패의 상징’이었다.


여의도공원이나 강촌에서

바람을 가르며 달리던 사람들을 보면 부러웠다.

그 시절의 자전거는 나에게 ‘자유’이자

‘넘을 수 없는 벽’ 그 자체였다.


그러다 나이 들어 한적한 동네에서 다시 도전했다.

이젠 넘어지든 말든 구경꾼도, 창피할 일도 없었다.

균형 잡는 일도, 페달 밟는 일도 여전히 어설펐지만

조금씩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다 어느 순간, 중심이 잡혔다.

그때 속으로 외쳤다.

“어? 나 지금 진짜 좀 멋진데?”


일본 여행을 준비하며 전기자전거를 타보기로 했고,

섬의 조용한 도로를 따라 달릴 땐 정말 기분이 이상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있다는 사실이 괜히 웃겼다.

남들은 아무렇지 않게 타는 걸

나는 이렇게 감격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람이 얼굴을 스치고, 바다가 옆에서 반짝였다.

그날 이후 자전거는 단순한 탈것이 아니라

‘할 수 없을 줄 알았던 일을 해낸 증거’가 되었다.


늦게라도 배워서 다행이다.

이 작은 일에도 이렇게 진심으로 신나고,

조금은 어설프지만 나답게 앞으로 나아가는 법을

자전거가 가르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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