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 엄마와 단풍이나 한 번 보러 가자고 했다.
걷기 힘드시니 케이블카가 있는 삼악산으로 향했다.
출발하자마자 차 안은 옛날이야기로 금세 채워졌다.
지나는 길마다 “여기 예전에 뭐 있었는데…”로 시작하는
엄마의 기억들이 계속 소환됐다.
네비 목소리는 거의 배경음에 가깝게 밀려났다.
점심은 추어탕.
엄마가 고른 집이었는데
뜨끈한 국물 한 숟가락에 이동 피로가 조금 가라앉았다.
케이블카에서는 약간 긴장한 듯 손잡이를 잡으면서도
창밖 풍경은 끝까지 챙겨 보셨다.
무섭다면서도 사진 찍을 때는 표정이 제일 밝았다.
산 위에 올라가 보니 단풍은 거의 끝물이었고
사람도 많지 않았다.
조용한 길을 천천히 걸으니
복잡한 풍경 대신 숨 돌릴 틈이 생긴 느낌이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엄마는 오늘 찍은 사진을 몇 번이고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냈다.
그 모습을 보니 먼 길을 괜히 다녀온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풍은 이미 지나갔지만,
85세 엄마의 가을은 아직 진행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