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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은 위로

by Taei


커피숍에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잡생각을 정리하지 못한 채 흘려보내고 있었다. 머릿속에서는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대화가 간헐적으로 그 흐름을 끊었다. 특별한 의미는 없지만, 순간마다 주의가 산만하게 옮겨 다녔다.

그때 시선이 가방에 매달린 키링 인형과 마주쳤다. 살 때도 작게 웃음을 주던 물건이었지만, 오늘은 그 표정이 예상보다 다른 감각을 만들어냈다. 아무 의도 없이 늘어진 채 매달려 있을 뿐인데, 눈이 마주치는 순간 기분이 조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상황을 바꾼 것은 인형이 아니라, 그 순간의 나였다.

이 경험은 단순히 귀여움에서 오는 반응이 아니다. 주의를 빼앗기고, 긴장이 잠시 풀리고, 생각의 흐름에 작은 틈이 생긴 것이다. 그 틈에서 마음이 잠깐 균형을 되찾는다. 위로라고 부를 만한 감정은 바로 그 틈에서 발생한다.

결국 질문은 하나로 좁혀진다.

위로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가.

누군가가 건네는 말이 아닐 수도 있고, 거창한 행동일 필요도 없다. 때로는 아무 의도 없는 대상이 나에게 반사되며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 인형은 단지 그 자리에 있었을 뿐이다. 그러나 나는 그 순간, 스스로의 감정이 약하게 정렬되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위로는 ‘준 것’이 아니라 ‘발생한 것’에 가까울지 모른다. 외부의 자극은 계기일 뿐, 의미를 구성하는 주체는 결국 나 자신이다. 그렇다면 뜻밖의 위로는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이 스스로 만들어내는 잠깐의 균형 회복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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