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로 싸우고 김치로 화해한 날

by Taei

언니들이 집에 오기로 한 날,
엄마는 아침부터 김치 담글 채비를 한다.
"그냥 반찬 몇 개만 하지, 뭘 김치까지…"
딸이 말려보지만, 엄마는 이미 양념을 섞고 있다.

"김치뿐이야. 금방 끝나."
그 말이 끝나자마자 부엌엔 무채 써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딸은 속으로 한숨을 쉰다.
여든이 넘은 엄마가 김치를 담근다니 걱정이 앞선다.
"엄마, 그냥 사다 드리면 안 돼요?"

하지만 엄마의 고집은 겨울 무처럼 단단하다.
"내 손맛이 낫지."
이쯤 되면 누구도 못 말린다.

결국 딸은 앞치마를 두르고 옆에 앉는다.
말은 안 해도, 함께하는 이 시간이 나쁘진 않다.

다음 날, 엄마와 딸은 시장으로 향한다.
양손엔 채소 봉지, 마음속엔 여운 한 스푼.
김치는 그렇게, 우리를 갈라놓기도 하고 다시 이어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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