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얀나무

홍콩에서

by 태정

네모와 네모가 쌓이고 쌓여 도시가 되었다고.

네모난 창문에 네모난 간판을 쌓고, 네모난 에어컨 실외기를 쌓고 쌓아, 네모난 타일을 붙인 네모난 콘크리트 상자가 모이고 모였다고.

그 도시를 반얀나무가 굽어보고 있었다.

네모와 네모와 네모 사이로, 구불구불 뻗어 있었다.

줄기는 뿌리가 되고 뿌리는 줄기가 되어, 네모와 네모와 네모들을 칭칭 동여매고 있었다.

아래에서 위로, 위에서 아래로.

그래서 반얀나무는 아래에 있는 동시에 위에 있으면서 모든 것들을 굽어보게 되었다고.

고갯길을 휘도는 이층 버스,

빅토리아 피크를 내려가는 가정부들,

대나무 비계에 올라탄 인부들,

돌아가는 에스컬레이터,

항구를 오가는 원색의 페리들,

어느 트램 기사의 퇴근길,

다닥다닥 붙어 앉아 국수 먹는 사람들,

공원의 고양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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