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새로운 글을 좀 써볼까 합니다

by 함태진

나의 글쓰기 여정은 초등학교 2학년 때의 그림일기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시절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러했듯이 일기 쓰기는 초등학교 내내 숙제의 일부였고 싫어도 해야 하는 의무 같은 것이었다. 반전은 중학교에서였다. 중학교 국어선생님께서 매일 일기 검사를 하셨던 것이다. 초등학교를 졸업하면 일기 쓰기도 끝일 것이라 생각했던 나와 대부분의 친구들이 크게 실망했음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선생님 덕분에 중학교에서도 계속 일기를 쓰게 되면서 나는 글 쓰는데 재미를 붙이기 시작했다. 좀 더 정확하게는 다 쓴 일기장이 하나 둘 쌓이기 시작하자 그것을 모으고 정리하는데서 더 재미를 들였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때부터 일기 쓰기는 내게 하나의 습관처럼 굳어버렸고 나는 그 이후 40여 년이 넘는 지금까지 틈틈이 일기 쓰는 습관을 유지해오고 있다.


브런치를 처음 시작한 것은 2019년이다. 그때는 그동안 써 두었던 일기들 중에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봐도 좋겠다 싶은 글들을 몇 개 골라서 옮겨놓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언젠가 아이들이 찾아서 읽어봤을 때 ‘우리 아빠는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이구나’하고 알게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었다. 아이들에게 직접 말해주면 되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아빠가 애들 앉혀놓고 얘기하다 보면 잔소리처럼 들릴 것 같기도 하고, 또 글로 적는 것이 오히려 내 생각을 더 차분하게 잘 전달할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 10년 전에 돌아가신 아버지와 살아생전에 진솔한 대화를 많이 해 보지 못했다는 아쉬움도 한몫했다. 내가 나이 들어가면서 ‘그때 아버지도 이런 심정이셨을까’라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되었는데 그나마 아버지께서 남기셨던 수필들이 있어 그 글들을 통해서라도 아버지를 추억하고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감사했기 때문이다. 나의 브런치북 “아빠의 브런치”는 이런 초심을 담아서 아이들을 위해 엮은 책이다.


https://brunch.co.kr/brunchbook/daddysbrunch


또 다른 브런치북 '커피챗'은 20여년 이상 직장 생활을 하면서 배운 교훈과 노하우를 주니어, 경력자, 시니어 등 다양한 단계에 있는 직장인들을 염두에 두고 정리해 본 글이다. 그렇다고 자기계발서는 아니다. 여러 가지 직장경험을 해보긴 했지만 아직 누구를 가르칠 실력은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하거니와 또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적용가능한 정답이란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지라, 주로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들과 그로부터 얻은 나만의 생각 등을 얼버무린 글을 썼다. 아마 자기계발서 같은 글을 통해 어떤 공식이나 정답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내 글은 그런 기대와는 다르다고 생각할 것이다. 반면 ‘아, 이런 경험을 하고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있구나’라고 참고할 수 있는 정도의 글을 찾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부분들이 좀 있으리라 생각한다.


https://brunch.co.kr/brunchbook/coffee-chat


처음 두 개의 브런치북을 통해 지난 세월 묵혀둔 생각들을 나름 정리하고 나자, 새로운 글쓰기를 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사실 이전에 썼던 글들은 마음에 담아두었던 많은 이야기들이 봇물 터지듯 나온 것인지라 요새 말로 ‘스압 (스크롤의 압박)’이 좀 있다. 언젠가 내 글을 읽었던 젊은 직원 하나가 ‘대표님, 글 좀 짧게 쓰세요’라고 귀엽게 핀잔을 줬던 적도 있었던지라 이제는 조금 더 가벼운 일상의 경험과 생각을 조금 더 가벼운 문장으로 간결하게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렇게 쓰기 시작한 글을 “사장실 Job생각”이라는 제목의 매거진으로 연재했고 최근에 같은 제목의 브런치 북으로 엮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jobthought


다음 프로젝트인 '사장실 Job스타그램'은 ‘사장실 Job생각’의 연장선상이었다. 차이가 있다면 좀 더 간결하게 써보겠다는 일종의 실험을 곁들였다. 윈스턴 처칠 (Winston Churchill)은 “내가 시간이 더 있었다면 더 짧게 썼을 텐데 (If I had more time, I would have written you a shorter letter.)”라는 유명한 말을 했다는데, 실제로 해보니 짧은 글에 생각을 담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었다. 나는 예전에 신문에서 보던 네 컷짜리 만화를 떠올렸다. 짧은 만화 속에 깊은 생각이 녹아있는 것을 보게 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훌륭한 명작이라는 생각이 들곤 했었다. 나는 딱히 만화를 그릴 재주는 없으니 대신에 4 단락의 글 안에 생각을 담아보자 싶었다. 더불어서 내 생각을 잘 표현하는 사진도 하나씩 첨부하는 시도를 같이 해 보았다. 그리고 그렇게 쓴 글을 (‘인스타그램’을 본떠서) “사장실 Job스타그램”이라는 제목의 브런치북으로 엮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jobstagram


이렇게 제각기 다른 4개의 브런치북을 만들어 보고 나니, 이제 또 다른 글쓰기를 해 보고 싶어 진다. 이번에는 내가 평생을 몸 바쳐온 분야인 제약바이오산업에 관한 글을 쉽고 재미있게 써 보면 어떨까 싶다. 사실 제약바이오산업은 주도권을 쥐기 위한 무한경쟁이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잠재력이 엄청난 산업일 뿐 아니라, 인류에게 획기적인 미래를 가져다줄 수도 있는 대단히 의미 있는 분야이기도 하다. 하지만 고도로 과학적이고 전문적인 지식을 요하는 영역이다 보니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해하기가 너무 어렵고 그래서 터무니없는 오해도 종종 맞닥뜨리게 된다. 사실 나도 딱히 복잡하고 전문적인 이야기를 할 재간도 없고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지도 않지만, 일반인의 눈높이에 맞춰서 제약 바이오산업이 무엇이며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앞으로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으며 제약바이오와 관련된 뉴스를 접할 때는 어떻게 이해하는 것이 좋은지 등을 좀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보는 것은 나름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싶다.


https://brunch.co.kr/magazine/bio-pharma


새로운 글쓰기에 착수하기 전에 지금까지의 글쓰기를 이렇게라도 한 번 돌이켜보고 정리해 보고 싶었다.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전에는 항상 뭔가 “정리”를 해야만 마음이 좀 편해지는 것은 내가 가진 일종의 병일지도 모른다.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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