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바이오산업, ‘제2의 반도체’로 육성”
“바이오산업, ‘제2의 반도체’로 육성”
어디서 많이 들어보신 것 같나요? 올해 초 언론을 일제히 장식했던 기사 제목입니다. 정부가 바이오헬스 산업을 차세대 먹거리로 키우겠다는 야심 찬 포부를 대대적으로 밝히면서 보도되었던 내용이지요. 바이오제약 업계에서만 줄곧 일해온 저로서는 대단히 관심 가는 솔깃한 뉴스였습니다. 하지만 이 뉴스를 읽으면서 제 마음은 둘로 나뉘더군요.
우선 당연히 반갑고 기대가 됩니다. ‘제2의 반도체’라는 말이 내포하듯이 바이오헬스 산업은 엄청나게 큰 산업일 뿐 아니라, 미래의 성장이 더 기대되는 산업이기도 합니다. 통계에 따르면 세계 바이오헬스 산업은 그 규모가 이미 반도체 산업을 훨씬 능가하고 있습니다. 사실 반도체 산업보다 더 큰 세계 자동차 산업조차도 바이오헬스 산업에 비하면 작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바이오헬스 산업의 규모는 반도체와 자동차, 거기다 화학산업까지 다 얹은 시장에 맞먹을 정도이고 조만간 이 세 가지 산업을 다 합친 것보다 더 커질 것이라고 합니다.
이쯤 되면 세계 각국이 왜 바이오헬스 산업에서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무한경쟁을 펼치고 있는지 이해하실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화려한 비전선포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실현가능한 탄탄한 계획이 준비되어 있는가이겠지요.
“세계 7대 제약강국 도약” “세계적 바이오기업 50개 육성” “글로벌 신약 10개 이상 출시”... 안타깝게도 다들 비슷비슷해 보이는 이 문구들은 사실 이번 정부의 발표에서 따온 말들이 아닙니다. 이전 정부, 그 전의 전 정부, 그리고 그 전의 전의 전 정부에서 나왔던 비전들입니다. 올해 초에 다시 등장한 담대한(?) 비전을 보면서도 가슴이 뜨거워지기보다 의구심이 먼저 드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발표에는 ‘앞으로 5년 이내에 2개 이상의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만들어내겠다’는 언급도 들어있습니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의 ‘블록버스터’라 함은 보통 10억 달러 (혹은 1조 원) 이상의 연매출을 올리는 제품을 가리킵니다. 이게 어느 정도의 금액이냐 하면 현재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큰 제약회사들, 예를 들면 대웅제약, 종근당, 한미약품 등의 연 매출이 이제 1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시면 됩니다. 이 기업들이 회사 전체 매출을 탈탈 털어야 1조 원이 조금 넘는 수준인데, 제품 단 한 개만으로 1조 원 이상을 판다면? 그것은 실로 어마어마한 금액이겠지요.
그런데 이게 다가 아닙니다. 약 하나 잘 만들면 연매출 1조 원 정도로 그치는 것이 아닌 겁니다. 작년 한 해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약의 연 매출액은 자그마치 40조 원이 넘었습니다. 상위 10등 안에 드는 약들의 연매출액은 각기 대략 15-25조 원 정도 됩니다. 제품 단 하나의 매출이 CJ제일제당이나 우리은행 같은 우량 대기업의 전체매출에 맞먹는다는 얘기입니다.
소위 ‘빅파마(Big Pharma)’라고 불리는 글로벌 제약회사들은 이런 블록버스터급 제품을 한두 개도 아니고 여러 개씩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몸담았었고 지금도 존경하는 기업인 일라이릴리(Eli Lilly)의 경우에는, 최근 들어 신약개발에 연달아 좋은 성과를 내면서 기업가치가 거의 600조 원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한국이 자랑하는 국내 최대기업 삼성전자의 기업가치는 약 400조 원 정도 됩니다.
바이오헬스가 왜 미래의 먹거리로 항상 언급되는지 이제 충분히 이해하시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이런 거대한 기회 앞에서 과연 어떻게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느냐이겠지요. 그리고 이 산업에는 화려한 장밋빛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는 이어지는 다음 글들에서 풀어볼까 합니다.
<세줄 요약>
- 바이오헬스 산업은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합친 것보다 큰 산업이다.
- 블록버스터급 신약은 웬만한 기업 전체에 맞먹는 매출을 올린다.
- 엄청난 기회가 있는 미래 먹거리 산업이지만 경쟁력을 갖추려면 비전과 구호만으로는 부족하다.
<Reference>
1. “韓 2600조 먹거리서 새 기회"…첨단바이오 엑스포 '대향연' (서울경제, 2023년 5월)
2. 추경호 “바이오,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할 것…세제 지원 확대 검토” (한겨레, 2023년 5월)
3. 글로벌·국내 시총 100대 기업 (Forbes, 2023년 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