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함태진 Oct 04. 2023

고딩 아들에게 배운 교훈

실수를 대하는 자세

고등학교 다니는 둘째 아들은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혼자서 재미 삼아 그리는 것 같지만 아빠 눈에는 실력이 꽤 수준급이다. 주로 아이패드에 그림을 그리는데 가끔 펜으로 종이 위에 그리기도 한다. 하루는 스케치북에 그려 놓은 작품을 보여달라고 했다가 아들에게 물었다.


“오~ 멋진데? 그런데 아이패드에 그리는 거랑 종이에 그리는 거랑 느낌이 많이 달라?”
“네”
“뭐가 어떻게 다른데?”
“종이에 그리면 실수를 해도 앱에서 할 때처럼 지우고 다시 그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실수를 했더라도 그걸 그대로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대신 나머지 부분을 계속 그리면서 더 나아지게 만드는 데 집중하게 돼요. “


그 순간 내 머릿속에서 전구가 반짝 켜지는 느낌이 들었다.

실수를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법이라...’




간혹 채용을 위한 면접을 하다 보면 마치 살면서 단 한 번도 실패나 실수를 겪어보지 않은 것처럼 자신을 포장하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대할 때 드는 감정은 ‘대단하다’‘훌륭하다’보다는 ‘뭔가 미심쩍다’ 혹은 ‘생각의 깊이나 성숙도가 의심스럽다’는 느낌이다.


최근에 읽은 <The Power of Regret (후회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도 실수와 후회를 바라보는 신선한 시각을 배울 수 있었다. 흔히 사람들은 ‘죽기 전에 가장 많이 하는 후회 10가지’와 같은 글에서 영감을 받으면서 ‘후회’를 부정적으로만 바라보고 어떻게든 가급적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자 노력하지만, 작가 다니엘 핑크(Daniel H. Pink)는 ‘후회’야 말로 인간이 가진 가장 독특한 능력이자 특권 중 하나이며 우리가 더 나은 사람이 되게 만드는 강력한 동력이라고 설파한다. ‘실수를 저지르고 이를 후회하는 행위’를 성장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라는, 조금은 더 긍정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받아들일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벤처에 와서 배운 것도 어쩌면 이와 비슷하다. 글로벌기업에서 일할 때는 여러 가지 고급 정보를 취득하고 분석할 자원과 여유가 있다 보니 결과물의 완벽을 기하느라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곤 했다. 반면, 벤처에서는 시간도 돈도 부족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100%의 정보와 확신을 얻을 때까지 의사결정을 미루려 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될 경우가 허다하다. 차라리 그보다는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가 다소 부족하더라도 옳든 그르든 적기를 놓치지 않고 결정을 내리고, 대신 그 결정이 최선의 결과를 낳도록 실행과 모니터링에 공을 들이는 것이 더 나을 때가 종종 있다.




돌이켜보면 살면서 실패도 겪어보았고 실수도 많이 저질렀다. 물론 실패는 쓰고 실수는 후회스럽다. 하지만 실수와 실패가 전혀 없는 삶이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다음에는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조금 더 나은 결과를 만들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것이다.


“실수를 인정하고, 더 나아지려고 노력하라"


이번 연휴기간, 아들에게 한수 크게 배웠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 출장 마지막 날 떠오르는 생각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