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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적 면접관 시점 - 당신의 약점은 무엇입니까

대학에서 퇴학당했다는 어느 후보자

by 함태진

인터뷰 자리에서 마주 앉은 후보자 A.

그가 조기 유학 이야기를 꺼냈을 때, 나는 흔한 이력의 나열이 이어질 거라 생각했다. 부모님의 권유, 미국에 사는 친척, 보딩스쿨 생활, 그리고 대학 진학까지… 익숙한 흐름이었다.


그러다 불쑥 한 마디가 튀어나왔다.

“대학교 2학년 때, 퇴학당했습니다.”


순간, 등받이에 기대 있던 내 몸이 앞으로 확 숙여졌다.


인터뷰라는 자리에선 누구나 조금이라도 더 괜찮아 보이려 애쓰는 법이다. 그런데 그는 정 반대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꺼내고 있었다. 농담도, 자기 연민도 아니었다.


“공부를 못한 게 아니라, 그냥 안 했던 거였어요.”


낯선 환경에 너무 일찍 던져진 불안했던 어린 시절을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면접에서 ‘나의 약점’ 대처법


“본인의 약점은 무엇인가요?”

면접에서 흔히 등장하지만, 많은 지원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질문이다. 솔직하면 감점이 될까 걱정되고, 둘러대면 가식처럼 보일까 불안하다.


흔히 후보자들이 내놓는 답변은 대개 아래 세 가지 유형 중 하나이다.


1. 회피형
“특별한 약점은 없습니다.” 혹은 불분명하게 얼버무리는 방식이다. 어쨌거나 자신에 관한 부정적인 정보는 주지 않으려는 의도지만,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후보자가 자기 객관화 능력이 부족하거나 본인에 대한 성찰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리 좋은 방법이 아니다.


2. 강점을 약점처럼 포장하는 유형
약점을 말하는 척하면서 사실은 자신의 강점을 어필하는 경우인데, 대표적인 예가 “완벽주의가 심하다”와 같은 것이다. 무난해 보이지만 진정성이 약하거나 심지어 가식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면접관이 흔하게 많이 들어본 답변이라면, ‘정말 약점이 맞나?’ 하는 의심과 함께 솔직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주게 된다.


3. 솔직·개선형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다. 실제 약점을 인정하되,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고 지금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구체적으로 함께 설명한다. 단, 그것이 지나쳐서 “이제는 완전히 극복했고, 더 이상 전혀 약점이 아니다”와 같이 과도하게 포장한다면 앞선 2번 유형처럼 보일 수 있다.



면접에서 약점을 묻는 질문은 지원자를 탈락시키기 위한 함정이 아니다. 오히려 솔직하고 전략적인 답변으로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기회이다. 중요한 것은 약점 그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지원자의 태도이기 때문이다.


완벽해 보이는 사람보다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그것을 메우기 위해 노력해 가는 사람이 더 매력적인 법이다.




군 복무를 마친 뒤 A는 우여곡절 끝에 다시 학교에 들어갔다고 한다. 그리고 이번엔 달랐다. 수업에도 일절 빠지지 않았고, 과제는 악착같이 제때 제출했다.


“그땐 몰랐는데, 돌이켜보니 저에게 처음에 주어졌던 그 기회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알겠더라고요. 부모님께도 많이 죄송했습니다.”


누구나 이력서에 숨기고 싶은 구석이 있다. 채워지지 않은 공백, 실패한 경험, 돌아가야 했던 순간들.


하지만 중요한 건 ‘완벽한 서사’가 아니다. 흠집을 감추는 기술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성찰하고 자기 언어로 설명하는 힘이 더 중요하다. 그 과정을 거치면, 약점으로 보이던 것이 오히려 강점이 되기도 한다.


그날 내가 인터뷰에서 본 건, 실패한 이력이 아니라 실패를 성장의 발판으로 만든 한 청년의 힘이었다.


(2025년 8월)



Photo credit: Unsplash @oweny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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