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커리어 - 빠름보다 바름, 외형보다 내공

전략적 방향성 (Strategic Direction)

by 함태진

최근에 두 명의 젊은 직장인을 만났다.

한 사람은 현 직장에서 팀장으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고, 별로 걱정할 것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경력개발 이야기가 나오자 그의 표정이 굳어졌다. 알고 보니 그는 업계에서 자기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들과 자신을 끊임없이 비교하고 있었고, “지금보다 더 빨리,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었다.


다른 한 사람은 우리 회사에 지원한 구직자였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몇 년간 고시를 준비하다가 실패한 뒤 뒤늦게 사회생활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또래보다 출발이 늦었고, 그만큼 더 빨리 따라잡아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지만, 속 마음은 비슷했다.

“나는 지금 너무 늦은 게 아닐까?”
“조금이라도 더 빨라야 한다.”



빠름의 함정


커리어 초반에는 누구나 속도를 중시한다. 하루라도 빨리 승진하고, 경쟁자보다 앞서고 싶다. 이런 조급함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욕망일지도 모른다. 특히 경쟁이 체질화된 한국 사회에서는 더더욱.


하지만 조심해야 한다. 빠르게 승진했지만 리더십의 기초가 다져지지 않아 팀을 제대로 이끌지 못하는 사람을 여럿 보았다. 또, 성과는 냈지만 그 과정에서 사람들의 신뢰를 잃고,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한 사람들도 종종 보았다.


속도에만 몰두하다 보면, 단단한 기반 없이 쌓아 올린 건물처럼 커리어는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무너지는 법이다.



방향이 없는 속도는 낭비다


아무리 빨리 달려도 잘못된 길이라면 결국 돌아와야 한다.

그래서 커리어에서 속도만큼 중요한 것이 방향성이다.

‘이게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가?’
‘지금의 경험이 내 역량을 키우는 데 어떤 의미가 있는가?’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줄 알아야 한다.


승진, 연봉, 타이틀 같은 외적 지표만 좇다 보면, 어느 순간 내가 원하지 않는 길 한가운데 서 있을 수도 있다. 뒤처짐보다 더 무서운 건, 잘못된 방향으로 빠르게 달리는 것이다.



커리어를 건강하게 설계하기 위한 두 가지 원칙


속도보다 모멘텀: 빠른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꾸준히 쌓아가는 힘을 믿어야 한다.

외적 지표보다 내적 기준: 남의 시선이 아닌, 내가 진짜 이루고 싶은 것에 기준을 두어야 한다.


스포츠로 비유하면 커리어는 마라톤이다. 초반에는 조금 느리더라도 경험을 곱씹고 역량을 고르게 쌓아온 사람은 시간이 지날수록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이어간다. 오늘의 보폭을 조금 늦추더라도 방향을 점검하고, 내공을 다지는 것이 훨씬 현명한 길이다.


커리어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나 빨리 가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오래 제대로 나아가느냐다. 속도는 지금을 이기게 할지 몰라도, 미래를 이기게 하는 것은 결국 방향과 꾸준함이다.



Cover Photo: unsplash @lalit2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