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전감 (Psychological Safety)
함께 일했던 임원 A는 스스로를 상냥하고 예의 바른 리더라고 믿었다. 실제로 그의 말투는 언제나 부드럽고, 공식 석상에서는 팀원들을 칭찬하는 말도 자주 했다.
하지만 어느 날, 나는 그의 팀원들과 면담을 하며 적잖이 놀랐다. 그를 좋아하리라 생각했던 사람들이 오히려 그를 불편해하고, 심지어 두려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가 고의적으로 누군가를 힘들게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회의 중 무심결에 내뱉는 말, 찡그리는 표정, 재미있다고 건넨 농담 한마디가 주위 사람들에게는 상처로 남았고, 과도하게 그의 눈치를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정작 A는 자신이 그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듯했다. 사람은 원래 자기 눈의 들보를 보기 어려운 법이다.
돌이켜보면 지금까지 열두 명 남짓한 상사를 만났다. 인간적으로 다시는 함께하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그리운 상사도 있었고, 유능함에 감탄한 상사도 무능함에 답답했던 상사도 있었다.
B는 그중에서 단연 내가 가장 존경한 상사였다. 큰 그림을 그리는 통찰력과 디테일에 강한 실행력을 동시에 갖춘 사람이었고 거기다 기억력과 꼼꼼함, 집요함까지 — 하여간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혀를 내두르게 하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는 단순히 그의 유능함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는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리더였다. 회의에서 예리한 질문을 던지면서도 결코 공격적이지 않았다. 그의 질문은 상대를 몰아붙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문제를 더 잘 이해하려는 진심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의 지적은 명령이 아니라 “함께 고민해 보자”는 제안에 가까웠다.
B는 다른 사람의 말을 끝까지 경청했고, 반론을 제기할 때도 반드시 공감의 문장으로 시작했다. 큰 행사나 모임에서도 직원들이 불편하지 않은지 세심히 살피고, 필요하면 직접 다가가 도왔다. 아이처럼 환하게 웃는 모습도 자주 보여주었다.
그가 가까이에 있어도 사람들은 긴장하거나 위축되지 않았다. 오히려 편안해했다.
구글은 2012년 ‘아리스토텔레스(Project Aristotle)’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성과가 높은 팀의 공통점을 분석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최고의 인재를 모아놓은 팀보다,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팀이 더 높은 성과를 내더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심리적 안전감(Psychological Safety)’이라는 개념이 있었다.
하버드 경영대학원 에이미 에드먼슨(Amy C. Edmondson) 교수 역시 저서 『두려움 없는 조직(The Fearless Organization)』에서 같은 이야기를 전한다.
심리적 안전감이란, “이곳에서는 내 의견을 말해도, 실수를 해도 괜찮다”는 확신이다. 즉, 비난이나 불이익의 두려움 없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는 환경을 뜻한다.
이 확신이 있는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문제를 숨기지 않는다. 실수는 배움의 계기가 되고, 의견은 더 나은 방향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심리적 안전감이 없는 조직에서는 사람들은 입을 닫는다. 문제를 감추고, 실수를 숨기며, 아이디어 대신 침묵을 선택한다. 결국 조직의 성과는 서서히 식어간다.
심리적 안전감은 특별한 리더십 기술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다. 무심코 던지는 말 한마디, 표정 하나가 구성원들에게 “이 사람은 나를 안전하게 대한다” 혹은 “이 사람 앞에서는 말을 아껴야겠다”라는 신호가 된다. 그렇기 때문에 리더의 자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말과 행동을 특별히 더 조심해야 한다.
공식 석상에서 하는 정제된 발언보다, 평소에 주고받는 일상 속 짧은 대화나 태도가 훨씬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런 모습은 스스로 인식하기 어렵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피드백을 구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리적 안전감은 사치가 아니다. 조직이 더 멀리, 더 건강하게 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다. 사람들은 함께하기 불편한 리더보다, 자신을 안전하게 느끼게 해주는 리더와 일할 때 더 좋은 성과를 낸다.
Cover Photo: unsplash @hafizt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