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 14일 (화요일), 맑음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은 한 소년의 성장을 주제로 다룬 고전 명작이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잘 알려진 내용은 "새는 알을 뚫고 나오기 위해 싸운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하나의 세계를 깨뜨려야 한다.“라는 구절일 것이다.
성장이 쉽지 않은 것은 개인이나 기업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성장은 필연적으로 변화를 수반하고, 변화란 기존의 체제와 질서를 깨뜨려야 일어나는 것이기에 어딘가 불안하고 불편하다. 특히 사업과 조직이 이미 일정 궤도에 들어선 대기업과 달리, 많은 것을 맨바닥에서부터 새롭게 일구어 가야 하는 벤처기업의 경우에는 이런 변화가 잦을 수밖에 없고 그만큼 조직원들이 체감하는 변화의 불편함과 불안감도 클 수밖에 없다.
예컨대 벤처회사는 한걸음 앞으로 나아갈 때마다 이전에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기에 새롭게 맞닥뜨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전과는 또 다른 새로운 시각과 전문성을 필요로 하게 된다. 처음에는 이것을 어느 정도 기존의 인력과 조직구조로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결국 어느 시점에선가부터는 새로운 전문가들이 투입되어야 하고 조직의 구조나 업무 프로세스 역시 다시 그에 맞게 재정비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변화가 성장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더라도,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임직원들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변화의 이유와 방향’이라는 큰 그림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변화의 시기에는 구성원들과 더 잘, 더 자주, 더 많이 소통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 직원들은 알이 깨어지는 것이 새가 되려고 그런 것인지, 아니면 계란 후라이가 되려고 그러는 것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게 참 쉽지는 않다. 이미 다 알고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막상 이야기했지만 타이밍이 아쉬운 경우도 다반사다.
하지만 어려우니 도전한다. 그리고 어려우니 나중에 돌이켜보았을 때 보람도 더 크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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