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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Feb 17. 2023

쫓겨나는 리더를 보며 떠오르는 생각들

2023년 2월 16일 (목요일), 흐림

"K-pop의 대부"라고 불리는 이수만이 자신이 만든 회사, SM엔터테인먼트에서 축출되는 모양이다. 그 과정에서 벌어지는 경영권 다툼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어떤 이는 이를 보며 현재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기업인 애플(Apple)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Steve Jobs)를 소환하기도 한다. 잡스 역시 한때 자기가 만든 회사에서 자기 손으로 뽑은 사람에 의해 축출된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아이폰(iPhone)이 최초로 출시된 2007년 당시 미국에 살고 있었던 나는 TV 광고에서 처음 아이폰을 접하고서 그 매력에 완전히 빠졌었다. 이전에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전화기인 만큼 모든 것이 신기하기도 했지만, 특히 압권은 바탕화면에 떠 있는 파란 지구 사진과 그 밑의 "밀어서 잠금해제"였다. (이 전화기는 아직도 내가 소중하게 보관하고 있는 소장품 1호이다. 그런데 이런 걸 보여주며 자랑하면 우리 직원들은 확실히 내가 나이가 좀 많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ㅠㅠ)


2011년에 Jobs가 56세라는 이른 나이에 췌장암으로 사망했을 때, 당시 나와 함께 일하던 우리 팀원들은 내가 스티브 잡스의 팬이라는 것을 알고는 Jobs의 전기를 내게 선물로 사 주었었다. Walter Isaacson이라는 전직 언론인 출신의 전기작가가 Jobs 본인의 요청에 따라 저술하였기에 가장 공인된 전기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두께가 웬만한 사전만큼 두껍기도 하거니와 특유의 검은색 터틀넥을 입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Jobs의 얼굴이 하얀 바탕 위에 큼지막하게 박혀있는 표지도 무척 인상적인 책이었다. 스티브 잡스는 이 전기작가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써줄 것을 요청하면서도 그 내용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였고 덕분에 작가는 그의 일생을 미화하지 않고 최대한 객관적으로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나는 책을 다 읽고 나서 Jobs가 너무나 훌륭한 제품을 만들어내고 너무나 훌륭한 회사를 일구어 낸 위대한 기업가였지만, 인간적으로는 정말 조금도 가까이하기 싫은 사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독하게도 완벽을 추구했던 그는 주위 사람들을 지독히도 못살게 굴었던 모양이다. Jobs를 기업인으로서 존경하던 나의 마음은, 인간적으로는 전혀 그를 좋아할 수 없다는 생각에 인지부조화(cognitive dissonance)를 겪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가 말년에 한 주옥같은 명언들을 생각해 보면 '그의 인생철학이 시간이 지나면서 많이 바뀌었던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든다. 스탠퍼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에서 했다는 그 유명한 "Stay hungry. Stay foolish" 뿐 아니라도, 찾아보면 그가 내뱉은 인생에 관한 주옥같은 말들은 무척 많다. 그중에서도 내가 기업경영과 관련해서 좋아하는 그의  말에는 이런 것이 있다.


"It doesn't make sense to hire smart people and tell them what to do. We hire smart people so they can tell us what to do." (똑똑한 사람을 뽑아놓고는 그들에게 무엇을 할지 지시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똑똑한 사람을 뽑았다면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할지 말하게 해야 한다.)


똑똑한 사람들이 우글거리고, 그들이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고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는 그런 회사는 얼마나 훌륭할까. 어쩌면 자기를 뽑아준 리더도 퇴출시킬 만큼 주도적인 이들은 최고로 ‘똑똑한 인재들(smart people)’의 끝판왕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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