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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Jan 01. 2022

세대 전쟁 in Sweden

1-1 어떻게 다르게 뽑을 것인가

"이번 신입 사원은 좀 다르게 뽑아봐."


박 사장은 인사팀장의 올해 신입사원 선발의 2차 면접 결과보고를 받고 간단히 답했다. 말로만 학력, 연령 제한 철폐가 아닌 정말 현지에서 필요한 인력을 뽑기 위해, 지원서에 적는 양식은 정말 필요 최소한으로 했다.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어차피 1차 서류전형 통과자들은 2차 면접에서 영어 프레젠테이션과 자신의 경력을 바탕으로 한 적성 능력 평가 등이 기다리고 있었기에, 인사팀에서는 최대한 시간을 많이 투입한 견고한 선발 방식으로 뽑았기 때문이었다. 응시자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보이지 않는 기준들을 알고 있었기에 456명밖에 지원하지 않았고, 한 달에 걸친 2차 면접 결과 최종 8명이 통과를 했다. 57대 1. 중소기업치곤 높은 경쟁률이었다.



"이번에 수주 좀 했다고 회사가 뭐 크게 달라지나?"


김 팀장은 사장 보고를 마치고 나오면서 투덜댔다. 전보다 훨씬 정교하게 프로세스를 짰고, 기간도 오래 걸려 뽑은 선발이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번에 회사가 유럽 최대의 배터리 생산업체로 성장하고 있는 스웨덴의 northspark로부터 기가팩토리 건설에 필요한 장비의 대규모 수주에 성공했기에 현지 진출에 필요한 인력을 선발하고 싶은 사장의 기대도 크다는 것은 잘 알고 있다.


스웨덴 북부 셀레프테오에 위치한 northspark의 기가팩토리(배터리 대량 생산 기지)인 Efg는 몇 년 전 1단계 50,0000㎡ 규모의 대지에 건설을 시작하여 올해 첫 배터리 시범 생산을 시작하였고 2023년 준공 완료할 경우 연간 32 Gwh를 생산하는 유럽 최대의 배터리 생산 기지로 성장하고 있었다. 이미 90여 개국 출신 근로자들이 현장에서 근무하고 있는 바, 한국 업체들은 우수한 기술력과 성실성으로 전체 건설 프로젝트의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평가받고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신성장 동력으로 이번 사원 선발이 중요하다는 것은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서 기존보다 몇 배의 시간을 들여 뽑았는데 뭘 어떻게 더 뽑으라는 건가? 비상계단에서 김 팀장이 뿜어내는 담배 연기는 점점 길어지기만 했다.



"팀장님, 사장님이 지난 8월 1차 프로젝트 결과 보고하러 이 법인장님 들어오라고 했습니다."


사무실에 들어오니 정 주임이 스웨덴 현지 법인을 담당하고 있는 이 부장의 귀국 소식을 전했다. 말이 법인장이지 사실 현지 등록한 지 1년도 안 되는 5인 규모의 작은 법인의 책임자인 이 부장은 입사 동기였다. 정 주임은 이 부장이 마무리한 프로젝트에 대한 보고를 하면서, 이번 신입사원 선발에 대한 현지 책임자로서의 의견도 사장에게 보고할 것이라고 했다. 김 팀장은 오랜만에 안부도 전할 겸 이 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이구, 부장님... 다음 주에 어려운 걸음하신다메?"

- "뭐... 어차피 사장님한테 보고도 하고... 1년 만에 한국도 가고 겸사겸사 지 뭐. 좋아."

"그래... 지난 프로젝트는 좀 잘 됐어?"

- "뭐~ 기술력은 우리가 좀 알아주잖아. 실제로 완성된 생산라인에서 제품이 나오는 걸 보니 더 좋아하는 거 같아. 앞으로 추가되는 프로젝트도 우리가 좀 따낼 거 같아. 그린라이트 받았어."

"그래? 사장님한테 아주 귀여움을 독차지하겠네?"


- "여기 점점 더 커질 것 같아. 배터리 조립하고 재료 준비와 재활용 시설에 이르는 공급망 대부분이 공장 내 위치할 예정이고, 완성차 업체들하고 2030년까지 130억 미불(한화 약 15조 3천억 원) 이상의 공급 계약이 이미 체결됐어. 그럼 우리 수주도 계속 늘어나겠지. 여기 사람도 더 필요하고."

"그래서 내가 이번에 신입들 신경 써서 뽑았잖아. 아주 힘들었다구."

- "안 그래도 어제 사장님하고 통화했는데, 들어오면 그 얘기 좀 하자구 얘기하시데."

"그래, 내가 그래서 요즘 주름살이 늘잖아. 뭘 더 어떻게 다르게 뽑으라는 건데... 머리에 쥐가 나."


- "응? 본인이 다 계획은 구상했다고 하던데? 못 들었어?"

"뭘? 어떻게?"

- "구체적으로는 얘기는 안 해주셨는데, 이번에 보고 들어오면 현지 물가하고 1일 생활비나 렌터카, 교통비, 숙박비 같은 걸 좀 파악해서 알려달라고 하시더라구. 만약에 본인이 스웨덴에 처음 오시면 돌아다니는데 문제없냐고 하시면서."

"아니, 자기가 뭐 스웨덴에 간다는 거야?

- "그런 모르겠구, 이미 자료는 직원들 통해서 다 파악해 정리했어. 그걸 바탕으로 인사팀장 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하자는데 당신하고 같이 하지 않겠어?"

"그래? 나는 못 들었는데...."


김 팀장은 계속 통화했다간 스웨덴에 나가 있는 동기보다도 본사 사정을 모른다는 얘기를 들을까 봐 서둘러 통화를 정리했다. 도대체 뭘 어떻게 한다는 거지? 이후 이 부장이 귀국할 때까지 박 사장은  

별다른 얘기가 없었고, 며칠 후 사장 부속실에서는 다음 주 이 부장과 함께 이번 신입사원 선발에 대한 회의를 한다는 통보만 받았다. 좀 다른 선발 방식... 김 팀장의 머리에서는 사장이 구상하고 있는 생각을 추측하는데 일주일을 다 보냈다.



일주일은 금방 다 지나갔다. 출장 일정이 얼마 안 되는 이 부장이 아침에 출근해 간단히 해후를 한 김 팀장은 함께 사장실로 향했다. 인사팀장이라는 사람이 간만에 신입 시절로 돌아가 면접실 앞에 대기하는 입장이었다. 사장은 무슨 말을 꺼낼까? 평소 터무니없는 구상을 하는 사람은 아니기에 걱정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초조했다.


사장실에서 이 부장의 보고는 그다지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미 줌 미팅으로 대부분의 내용은 보고 받았고, 성공적인 첫 프로젝트 결과 추가 대규모 수주로 회사에 돈다발을 안겨준 이 부장에게 사장은 보고보다 '어이구 내 새끼 잘했어~' 식의 칭찬을 퍼부어댔다. 회사가 잘 되니 좋긴 한데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김 팀장은 준비해 간 신입사원 서류철만 만지작거렸다.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박 사장이 말을 꺼냈다.


"그래서 말이야... 이번 신입사원 선발은 기획단계부터 스웨덴 현장에 투입할 걸 목적으로 했잖아. 본사에서 어느 정도 근무시키고 말이야. 회사 입장에선 그런 목적으로 뽑는 사람들이라면, 우리도 좀 공들여서 뽑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다르게 뽑자고 말했잖아. 그게 뭐냐면...."


김 팀장은 사장의 입만 쳐다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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