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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Jan 15. 2022

세대 전쟁 in Sweden

1-2 게임의 법칙

"한 번 싸움을 붙이는 거야. 파이널 라운드지."

"네?"


박 사장의 말에 김 팀장과 이 부장은 이게 뭔 소리여 라는 표정을 지었다. '다르게 뽑자'는 말은 좀 더 테스트를 한다는 건 줄 알았는데 싸움을 붙인다구?


"이번 최종 통과자들 10명을 두 팀으로 나눠서, 스웨덴의 남쪽과 북쪽부터 각각 출발시키는 거야. 스웨덴이 21개 주(län)잖아? 각각 출발해서 매주(week)마다 한 주씩 들르는 거지. 머무는 1주 동안 그 주에서 스웨덴만의 특성을 뽑아낼 수 있는 - 그래서 우리 회사의 스웨덴 법인에게 결과적으로 도움이 되는-그런 주제를 잡아내는 거야. 수도인 스톡홀름에 도착할 때까지."


"그럼 한 팀당 11주(week)나 준다는 건가요?"


"그래. 어차피 신입사원 교육해도 3개월은 걸릴 거 아냐. 국내 해병대 코스로 보내느니, 아예 스웨덴으로 보내서 살아남는 놈들을 뽑아내자구. 그럼 해외연수도 미리 경험하는 것이고. 백날 강의실에 틀어박혀 스웨덴이 어쩌고저쩌고 듣는 거보다 이거야말로 자기 주도 학습 아닌가?"

스웨덴의 21개 주(출처: 위키피디아)

김 팀장은 할 말을 잃었다. 신입사원 선발이 무슨 '정글의 법칙' 찍는 것도 아니고.


"이 부장, 이렇게 팀을 짜서 돌아다니는데 무슨 문제가 있을까? 예를 들면 교통이나 숙박, 언어 소통이나 치안 등 현지 사정은 자네가 좀 지내봤으니 알 꺼 아냐?"


"음, 한국만 하지는 않아도 철도나 도로도 잘 돼있고 숙소가 시설에 비해 좀 비싸긴 해도 혼자 여행 다니는데 큰 무리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또 전 세계에서 영어를 잘하는 나라로 손에 꼽힐 만큼 영어로 의사소통에 문제가 없지요. 치안은 전반적으로 안전한 편이지만, 경찰력이 좀 부족해서 남부지역이나 도시 외곽에선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어 이것만 주의하면 될 것 같습니다."


"복지국가인데 경찰력이 부족해?"

"음... 그건 복지국가와는 좀 차원이 다른 거 같은데요. 물론 안전한 치안 유지도 넓은 범주의 복지에 들어갈 수 있겠지만, 현지에서 사회적 문제로 거론되는 것들이 치안, 의료, 교육 등이거든요. 차차 말씀드리겠지만, 외국에 나와보니 이 부분들은 한국이 정말 발전돼있긴 하지만요. 하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스웨덴이 정책측면이나 사회적 통합, 시스템 측면에서는 본받을 점이 많은 국가인 건 맞습니다."


"그래, 그럼 내가 생각한 대로 팀을 나누어 스웨덴을 남북으로 치고 내려오는 데는 문제가 없겠구만. 김 팀장 생각은 어때?"


김 팀장은 인사를 무슨 예능으로 아나...라는 생각에 부아가 치밀었다. "사장님!!!"

    

"어? 왜?"

김 팀장의 입술이 떨어졌다.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십니다. 늘 미래지향적이신 것 같아 감탄할 따름입니다..."


"이 사람이 낯 뜨겁게.... 그래서 말인데 평가는 이렇게 하는 거야. 각 팀에 경비를 충당할 카드 두 장, 노트북 등을 지급해서, 모든 현지 일정은 자기들이 짜고 그 결과를 매주 월요일 화상 미팅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거지. 본사에서는 간부들이 그를 듣고 평가를 내리는 거야. 어느 팀이 더 의미 있는 결과를 뽑아냈는지. 물론 여행책자 등이나 위키피디아를 뒤져선 안되고 직접 발로 체험해야 하지. 사진으로 입증하도록 하고."


"지원자들이 좀 버거워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최종 선발로 자기들이 선발됐다고 생각할 텐데."

"그래? 공식적으로 최종이란 말은 안 썼잖아? 그럼 내일 면접 통과자 소집 자리에서 내가 설명할게. 일단 오늘 통지할 때 간단히 이런 설명이 있을 거라고만 얘기들 해줘."


"요즘 하도 SNS니 갑질이니 이런 경우가 많아서요... 알겠습니다."

"그래 이런 건 사전에 너무 계획을 자세하게 하면 의미가 없지. 이 정도로 하세."



오후, 이 부장은 회사를 돌고 고향으로 내려가기 전 김 팀장을 찾았다.  

"김 팀장, 그래 지원자들에게 연락들은 했어? 10명이니 뭐 금방 수긍들 했겠네."


"하휴, 말도 마라. 요즘 취업이 힘들다고 우리를 우롱하는 거냐는 둥... 언론에 알리겠다는 둥..."


"그래? 하긴 좀 그럴 수 도 있겠네..."

"그래도 일단 어쩌겠어. 내일 사장이 취지를 설명해줄 테니 들어보고 난리 치던지 하라구 했지 뭐."

"하휴... 고생이 많아."


"이제 막 사회생활 시작한 애들 뽑는 것도 아니고... 블라인드 채용이라 50대, 40대들도 있는데..."

"뭐? 내일 만만치 않겠는데... 잘해 봐... 스웨덴 복귀하기 전에 소주한 잔 살게."

     


다음날. 합격자 예비 소집일.


대회의실에는 10명의 예비합격자들이 불만에 가득 찬 모습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김 팀장은 사장이 오기를 기다리며 취지를 설명하고, 현지 법인장에 따르면 11주간의 미션을 수행하는데 현지 사정은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얘기했지만, 참석자들은 무겁게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윽고 박사장이 들어왔다.

사장의 말은 김 팀장의 설명과 별반 없었지만 거침이 없었고 간결했다.

"... 이것이 여러분들의 11주간의 게임의 법칙입니다. 나는 여러분들의 능력을 맘껏 발휘해주길 바랄 뿐입니다."


한 10초간의 정적이 흘렀을까...

무거운 분위기를 뚫고 가장 연장자인 참석자가 손을 들면서 발언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정말 획기적인 생각이십니다!"

"미래지향적이신 것 같아 감탄할 따름입니다..."

"정말 이 한 몸 던지겠습니다!"

"이 회사를 지원한 제 자신이 자랑스러워집니다!!!"

"사인해주세요!"


환호성이 터지는 대회의실에서 김 팀장은 소리쳤다.

"자자... 자세한 내용은 이메일로 알려드리고, 일단 출발은 2주 후로 하겠습니다. 준비들 잘해주시구요, 출발 전 소집은 출발 1주 일 전에 있겠습니다."   



그날 저녁 이 부장은 김 팀장에게 오늘 소집일에 결과에 대해 물어봤다.

"그래, 어땠어? 다 들 나왔어? 어떻디?"


김 팀장은 소주 한 잔을 입에 털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인성이 됐어. 조직에 잘 적응하겠더라구."



* 제목 배경은 스코네 주(Skåne län) 서부 Ven 섬의 Kyrkbacken의 해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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