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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Jul 07. 2022

세대전쟁 in 스웨덴

8-2 Västernorrland-스웨덴이란 코코넛을 뚫기 시작하는 곳

스웨덴을 방송에서 보거나 여행 삼아 방문할 때 느끼는 스웨덴 사람들에 대한 이미지는 매우 좋다. 그들은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질서도 잘 지키는 모범 시민들이 대다수임에 틀림없다. 유럽을 여행하는 경우 상당수의 나라에서 소매치기를 걱정할 때, 스톡홀름에서는 오히려 지갑을 떨어뜨린 경우 주변 사람들이 주워 건네주는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서 스웨덴을 방문한 여행객들이 쓴 블로그나 유튜브에서는 스웨덴의 아름다운 자연환경 못지않게 친절하고 정직한 스웨덴 사람들에 대해 칭찬하는 글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을 좀 더 오래 살게 되면 다른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아름다운 자연환경의 배경이 펼쳐지는 6~8월을 제외하고 10월만 돼도 일찍 어둠이 깔리며 심지어 12월에는 저녁 4시경 어둠이 내리는 등 대부분의 계절이 햇볕을 보기 힘들어 과거부터 이 나라의 자연환경이 정말 척박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듯이, 오래 살면 살수록 이들이 가까워지기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현지에서 오래 사신 분들이 우스개 소리로 몇십 년 동안 얘기하지 않던 옆집 이웃이 갑자기 담 너머로 부르길래 웬일인가 했더니 바람에 넘어간 자기 빨래 좀 달라는 얘기였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이것은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실제 스웨덴인들은 가족관계나 아주 어렸을 적 학창 시절을 같이 보낸 사람들 간에는 매우 친밀하고 끈끈한 관계를 이루지만 중간에 진입한 이들에게는 쉽사리 곁을 주지 않는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는, 누군가의 간섭보다 개인의 생활을 중시하는 현대사회에서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그 이너서클에 포함되지 못하는 이들이나 외국인과 같은 이방인들에게 적응하기 어려운 차가운 단면이 될 수도 있다. 최근에 인터넷을 달군 소위 '스웨덴 게이트'를 현재 보편화된 사실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스웨덴 사회가 외부인이 진입하기 어려운 '코코넛' 사회라는 것은 틀림이 없는 것 같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2060213250000709


그러면 이러한 코코넛을 뚫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것일까? 범위를 한국의 문화로만 좁혀보자. K-POP? 한국을 알릴 수 있는 훌륭한 무기이지만 사실 젊은 세대에 국한된 무기다. 스웨덴의 젊은이들도 K-POP을 잘 알지만 중장년세대까지 좋아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한식? 이웃나라 노르웨이 라면시장의 98%를  '미스터 리' 라면의 사례처럼 한국의 매운맛이 현지에서 침투가 안될 수도 있다. 

http://www.ziksir.com/news/articleView.html?idxno=24796


이처럼 우리 것을 무작정 들고 들어가기보다, 현지인들이 가진 속성을 염두에 두면 의외의 방법을 찾을 수도 있다. 바로 '반려동물' 특히 '반려견'을 통한 접근이다. 이웃과 쉽게 친해질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애완견에 대한 관심과 교류 등을 나누다 보면 쉽게 가까워 질 수 있는데, 스웨덴의 애완견에 대한 제도나 사회 시스템은 매우 잘 갖추어져 있으며 스웨덴인들의 반려견들에 대한 사랑은 매우 깊다.


애완견 Trulsa가 주체가 되어 운영하는 스웨덴의 인스타그램


스웨덴 농업청(Jordbrksverket)의 통계에 따르면 국내 반려견 수는 94만 마리에 달하여 전체 인구의 9%가 소유하고 있다 한다. 이들 반려견의 약 80%는 동물보험에 가입되어 세계 최고 수준이며, 이웃국가인 덴마크나 노르웨이의 25~35%에 비해서도 매우 높은 수준이다. 우리나라와 달리 스웨덴에서 유기견으로 인한 문제가 없는 것은 높은 보험가입률에서 보듯이 반려견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고 그 소유에는 철저한 책임이 수반된다는 인식이 사회에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스웨덴 내 식당, 대중교통 수단 등을 이용하다 보면 반려견들이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움직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스웨덴의 제도상 반려견의 분양은 전문 사육자(breeder)를 통해 이뤄지며, 이들은 분양을 희망하는 이들의 경제 여건, 거주형태, 가족관계, 보유 경험 유무 등에 대한 상세한 인터뷰를 통해 애완견을 분양하는 바, 이외 반려견 용품 판매점이나 시장 등에서 분양은 이뤄질 수 없다.


이렇게 분양된 반려견은 생후 4개월 전 견주 이름 등 관련 정보가 포함된 마이크로 칩을 삽입하고 농업청에서 관리하는 '중앙 반려견 등록부(hundregistret)'에 등록해야 하며, 평소에도 규칙적으로 산책을 시키고 우리에 가둬서는 안 되는 등의 관리를 해야 한다. 견주들이 직장 근무시간 동안 집에 혼자 둘 수 없기 때문에 직장에 데려와 근무시키는 경우도 많고, 이들을 맡겨둘 수 있도록 전문 지식을 갖춘 직원들이 상주하는 '유치원'이나 '호텔'도 있다.


그렇다고 반려견을 무조건 보호만 하는 것은 아니다. 반려견이 매우 호전적이고 쉽게 자극을 받아 물며 공격을 시작하면 제지가 어려운 경우 그 소유와 번식이 금지되어 있고, 이러한 반려견으로 인한 피해는 견주가 배상하되 그 정도가 심할 경우 소유 금지, 압수, 벌금 및 징역의 형사처벌까지도 가능하다.


이렇듯 펫 샵 등에서 반려견을 구매할 수 없고 전문가를 통해 선별을 거친 후 분양 및 등록되며 체계화된 제도 하에 반려견을 가족 구성원으로 생각하되 그 소유에는 철저한 책임이 수반된다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고 있어, 최근 한국 사회처럼 애완견이 타인을 물어 중상을 입히는 등 그 관리가 사회 문제가 되기는 커녕 자칫 개인주의로 점철될 수 있는 사회의 윤활유가 되어줄 수 있는 소중한 존재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https://www.edaily.co.kr/news/read?newsId=03060246632330888&mediaCodeNo=257&OutLnkChk=Y   



TK팀의 발표를 듣던 한 임원이 물었다.


"음, 그래... 뭐 현지 생활하는데 좋은 팁은 될 수 있는데, 그러한 스웨덴인들의 특성을 우리 기업의 스웨덴 진출에 적용할 만한 것이 있나요?"


"네, 저희 팀이 Västernorrland를 여행하며 느낀 것은 이렇게 좋은 환경을 가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숙박시설이 좀 쳐진다는 점이었는데요, 이걸 좀 업그레이드시키면 어떨까 생각을 해봤어요."

스웨덴의 숙박시설들은 그 훌륭한 자연환경에 비해서는 좀 모자란 편이다.


"그러한 숙박시설을 업그레이드시킬만한 세계적인 호텔이나 콘도 등의 체인은 다른 나라도 많지 않을까요?"


"그렇죠. 다만 반려견을 가족처럼 어디든 함께하기를 좋아하는 스웨덴 사회라는 점을 주목해서 반려견도 함께 즐길 수 있는 신개념의 레저 문화를 갖춘다면 좀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는데..."


"그런데가 있어요?"

"네 있더라고요. 한국에."

https://www.gukje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284567

 

"우리나라가 소비자 욕구를 디테일하게 맞추는 것으로 유명하잖아요. 레저 산업에 있어서도 단순히 사람들이 휴양하는 단계를 넘어 반려동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 문화공간에 대한 사업을 2020년부터 시작한 우리 기업이 있더라구요. 그런데 그들의 노하우가, 훌륭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되 숙박시설이 부족하고 반려견을 사랑하는 스웨덴 현지의 새로운 욕구에 들어맞은 계기가 있었고 그 첫 시도가 이곳 Västernorrland의 High Coast에서 있었어요."


"그래요? 스웨덴 현지 반응은?"


"지난 2021.10월 스웨덴 정부 및 민간기업 경영진으로 구성된 방문단 11명이 방한해 이 기업과 '인간과 반려동물이 함께하는 레저문화' 관련 사업에 대한 협업 방안을 논의했다고 하는데요, 참석자 중 한 사람은 "스웨덴도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마음은 똑같지만, 한국 기업이 반려견을 사람 대하듯 존중하고 성향, 동선, 본능에 맞춰 모든 것을 설계해 놀랐다"라고 말하는 등 반응은 아주 좋았다고 하네요.


High Coast 지역개발공사 사장은 '스웨덴에는 작은 개보다 중대형견들이 많고 이들의 활동량이 많아 야외 프로그램에 대한 수요가 많은데, 한국 기업과의 협력으로 스웨덴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이 개발된다면, 유럽 전역의 반려동물 가족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 하는 등  방문한 스웨덴 기업 경영진들은 바로 협업을 구체화시킬 의사를 적극 밝혔다고 합니다."

https://www.fnnews.com/news/202110121034469627  


 "거 괜찮은 사례네... 또 무슨 특징 있어요?"


"이번 High Coast 진출은 우리 기업이 별도 투자 없이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위탁운영(Management Contract) 방식이에요. 또, 우리 기업의 사업 노하우를 High Coast 지역의 기업들에게 소개해주는 추가적인 위탁경영 계약도 추진되고 있어요...


스웨덴 내에선 매년 부정기적으로 한국의 개 식용금지를 촉구하는 메일을 스웨덴 내 한국 관계 기관에게 보내곤 했었는데, 위에서 언급한 우리의 반려동물 사업은 이러한 부정적 인식도 일소시켜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의 훌륭한 자연, 그에 비해 부족한 휴양시설, 그를 기회로 삼아 진출하는 데 있어 스웨덴 사회로 들어갈 수 있는 고리를 활용한 사업 진출과 그를 통한 국가 이미지 개선. 참 연계성 괜찮은데요."


"개통령이라고 불리는 반려견 전문가 강형욱 씨가 자신들의 개의 성격을 바꿔달라고 오는 견주들한테 그런다지요. 문제 있는 반려견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견주 스스로가 바뀌어야 한다고. 


스웨덴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나라는 아닌 것 같아요. 스웨덴을 바꾸려고 하지 말고 스웨덴으로 들어가려는 우리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 반려견 관련 한국 기업의 진출 사례는 하나의 예가 될 수 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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