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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angpi Nov 19. 2023

세대전쟁 in 스웨덴

13-1. Jönköping 가는 길-Karlsborg 요새와 성냥박물관

* 칼스보리(Karlsborg) 시의 북동쪽 끝인 Vanäs 곶(udde)의 끝 등대 앞에서(2020.7.25.) 


Team Småland 가 Västra Götaland주에서 다음 목적지인 Jönköping 주로 가는 길은 지루했지만, 스웨덴에서 가장 큰 호수로 치면 1,2위인 Vänern과 Vättern 사이에 있는 이 지역은 Kungslena kyrka(교회), Varnhem abbey ruins(사원터), Kung Ranes hög(고분) 등 역사 유적들이 산재한 곳이기도 하다.


한참 졸리기 시작하려는 그때, 널따란 호수를 배경으로 멋진 도시가 나타났으니... 바로 Karlsborg였다.


"이야! 멋진데! 저 성(castle) 죽이는데!"

"야야... 저건 성이 아니라 요새(스웨덴어로 fästning)야..."

"요새? 여기가 뭐 나라 한가운데인데 뭔 요새?"

"어이, 그럼 우리나라 남한산성은 북쪽이나 남쪽에 있나? 그만큼 여기가 군사적으로 중요한 곳이란 거지."


Karlsborg 요새 전경(출처 : Guldplats Karlsborg)


"그럼... 군사적으로 중요한 도시인 듯한데... 다만 여기가 북쪽이나 남쪽의 국경지대도 아닌데..."

"Karlsborg는 위치로 따지자면 약간 남부의 가운데 정도 위치잖아?"


Karlsborg는 지금도 Stockholm에서 3.5시간 거리다(출처: Google map)

"Karlsborg가 위치한 Vänas 반도의 끝에 요새가 구축되기 시작한 때는 1819년이고 완성까지 거의 90년이 걸렸다고 해. 이 지역에는 과거에도 스웨덴의 중부 방어에 핵심을 담당하기 위해 유럽에서 가장 큰 요새 중에 하나가 있었지만 너무 낡아서 1928년 해체되었다고 하지.


어쨌든, 이 지역이 군사적으로 중요하게 생각되기 시작한 것은 스웨덴이 자신들의 영토였던 핀란드를 러시아에 빼앗겼던 1800년대 초반부터였어. 전에는 핀란드가 러시아의 침략으로부터 완충지대 역할을 해주었는데, 러시아가 핀란드까지 진출하면서 동쪽에 위치한 수도 스톡홀름이 졸지에 최대의 적인 러시아에 근접한 국경도시가 돼버린 셈이지. 그렇다고 남쪽으로도 내려갈 수도 없는 게, 17세기까지 덴마크의 영토였던 현재 스코네 지역을 통해 Jönköping 등 Vättern 호수 남쪽을 약탈하던 덴마크의 침입에서도 안전할 수 없었거든.


결국 스웨덴은 이러한 침략에 대비해 왕실과 그 재산을 보호할 수 있도록 천도할 수 있는 6~8천여 명이 거주할 군사 요충지를 물색했는데 그게 바로 Karlsborg였던 것이지. 스웨덴에서 두 번째로 큰 호수인 Vättern 호수도 끼고 있어 유사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버틸 수 있는 아주 천혜의 요새였어. 


1820년부터는 인근에 마을도 조성되고 왕의 거쳐도 1823년 완공이 되었지. 그렇게 조금씩 스웨덴 중심부의 주요 군사도시로 형성이 돼 가던 1833년 요새의 총사령관인 Johan Kleen이 왕으로부터 유럽 내 현대적인 요새들에 대한 연구를 하고 오라는 명령을 받고 여러 요새들을 돌아본 뒤 귀국해서 세련된 선진 기술을 접목시키는데, 주로 참고했던 것은 프로이센 왕국의 Posen 및 Ingolstadt 요새였다고 해. 

Karlsborg의 끝, Vättern 호수에 위치한 등대 


결국 요새는 1910년경 완성되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공사기간이 90년이 넘다 보니 그 사이에 이 요새가 너무 구닥다리가 돼버린 거야. 포병 기술의 발달로 석회암 성벽으로 구성된 이 요새는 더 이상 외부의 포화 공격에 적합하지 않게 된 거지. 또한 철도와 육로 수송의 발전으로 더 이상 지역 방어의 개념인 '중부지역 방어'라는 이 요새의 목적도 유효하지 않게 되자, 스웨덴 의회는 1925년 이 요새의 목적을 군사적 방어보다 군수나 훈련용으로 변경하는 결의안을 통과시켰다고 해. 지금도 군사 목적으로 일부 사용되긴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에는 국립은행이 보유한 금을 보유하거나 관광 목적이 더 큰, 아름다운 도시로 변경되었어."  


"그렇군... 어쨌든 이 도시가 군사적 목적도 그렇고 아름다운 배경에는 Vättern 호수가 있어 그런 거 같아."

"그래 보니까, Karlsborg 말고도 주변에 여러 도시를 이 호수가 키워내는 거 같네."


"그러니까. 이 호수는 면적이 1,912㎢로 서울시의 3배가 넘고 제주도(1,850㎢) 보다 큰 호수야. 그러다 보니 옛날부터 도시가 발달하고 근대 들어서는 여러 제조공장들이 들어섰지. 지금 둘러본 Karlsborg에서 내려가고 있는 Jönköping까지 가다 보면 바다로 착각할 정도야." 


"Jönköping? 이거 뭐라고 읽는 거야?"

"'옌셰핑'이라고 읽어."

"옌셰핑? 거참~ 스웨덴어는 참 읽기도 쉽지 않네."

ping Jönköping gk

Jönköping주의 위치 및 도시들. 윗쪽에 Vättern 호수가 있다(출처 : wikipedia)


옌셰핑에 도착한 Team Småland는 발음부터 꼬였다. 참고로 '옌셰핑(Jönköping)' 주(state)의 주도(capital) 역시 똑같은 이름인 '옌셰핑(Jönköping)' 시다. 


"첫 부분인 'Jön'은 이 도시의 서쪽에 있는 '유네베켄(Junebäcken)'이라는 개울에서 나왔다고 하고, 뒷부분 köping은 시장을 가리키는 옛말이면서도 행정구역의 명칭이기도 했지. 스웨덴의 도시 이름 중에 보면 '~köping'이란 지명이 은근 많이 나와."


"근데, 도시가 참 고즈넉하네."

"뭐, Jönköping주가 면적이 경기도 만한데, 인구는 37만 명 정도니... 주도인 Jönköping시가 전체 인구의 1/3을 차지하고 있지만 그래봐야 11만 명 정도야..."


"그래도 Jönköping 하면 세계적으로 유명한 발명품의 도시로 유명해."

"뭔데? 이 시골 같은 조그만 도시에서?"

"바로 20세기 초까지 스웨덴의 대표적인 수출 상품이었던 '성냥'이야."

Jönköping시내 위치한 성냥박물관(Tändsticksmuseet, 2020.7월)


"성냥은 19세기 초부터 영국이나 프랑스에서 이미 만들어지긴 했는데, 나무대기 끝에 '인'을 묻혀 거친 표면에 긋기만 하면 쉽게 불을 만들 수는 있었지만 냄새도 고약하고 인체에도 유해했으며 특히 쉽게 점화도 되고 불꽃이 많이 튀어 화재의 위험이 컸어. 


그러던 중,  1844년 스웨덴의 구스타브 에릭 파쉬(Gustav Erik Pasch) 교수가 성냥불이 쉽게 점화되는 것을 막기 위해 성냥머리 안에 있는 화학물질을 분리하고 인을 상자 바깥쪽 별도의 표면에 붙여 성냥을 쳐서 불이 붙게 만들었지. 이것이 새로운 발명품으로 인정받아 '안전성냥-전용 성냥갑'에 대해 특허를 얻었지. 


이후 '요한 에드바르드(Johan Edvard)'와 '카를 프란스 룬스트룀(Carl Frans Lundström)' 형제는 구스타브의 특허를 이어받아 품질을 개선하고, 1845년에 목재와 광물이 풍부해 성냥 생산지로 최적의 조건을 갖춘 옌셰핑에 공장을 짓고 새로운 안전성냥을 제조하기 시작했어. 이후 스웨덴 전역에 150여 개의 성냥공장이 세워지고 변변한 산업기반이 없는 스웨덴의 대표적인 수출 효자 상품이 됐지. 20세기 초만 해도 스웨덴은 세계 3대 성냥 생산국까지 된 거야. 나중에 이 성냥공장들을 인수합병한 '이바르 크뤼게르'는 ‘스웨덴 성냥 주식회사(STAB)'를 세우고 세계 성냥 생산의 75%까지 차지해 일명 ‘성냥왕(Match King)'이란 별명도 얻었어."


"와... 성냥의 도시구나... 그럼 지금은 뭐 하는 도시인데?"

"지금은~ 세계 최대 산림박람회도 개최되긴 하지만, 북유럽 중요 물류중심 도시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어. 이케아, 일렉트로룩스 등 대기업들의 중앙물류센터가 있고, 우리나라의 글로벌 자동차 부품 기업인 '현대 모비스'도 이곳에 물류 거점을 두고 있지."  


노가리(?)를 열심히 풀은 Jönköping 시내에서 점심을 해결한 Team Småland는 Vättern 호수를 끼고 운전하던 중 보석 같은 한 섬을 발견하게 된다. 

Vättern 호수에서 바라본 수평선에 걸쳐 커다란 섬이 하나 보인다(2020. 7월)


"야~ 저 섬 참 이쁘네... 꽤 크기도 한데?"


"저 섬이 이 호수에서 제일 큰 섬이기도 하고.. 스웨덴 사람들에게도 가장 가보고 싶은 섬일 만큼 이쁜 섬이라는데... 저 섬을 통치한 마그누스 라둘로스(Magnus Ladulås) 왕에 의해 1284년 그 권리를 부여받은 최초의 도시가 Jönköping 시라고 하니... 과거에는 저 섬이 오히려 이 지역의 중심이었대. 가보까?"     


과연 이 섬은 어떤 섬일까?


Vättern 호수가에서(202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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