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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제이 Nov 10. 2020

한 번에 브런치 작가되기

용기가 필요해

  2020년 6월,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단 하나의 글로, 단 한 번의 신청으로.


 운이 좋았다.

 손 닿는 곳에 책을 많이 읽는 지인들이 있었고, 브런치에 연재중인 친구가 있었으며, 글쓰기를 도와주겠다는 작가가 있었으니까. 열심히 손을 벌린 덕분에, 에세이 한 편으로 덕컥, 브런치 작가 등단에 성공했다. 


 비결이랄 건, 수많은 연대와 도움 밖에 없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은 용기를 내는 것이다. 


*'유용한 팁'만 보고 싶다면 맨 마지막으로!


 작가님은 우선 여기저기 말을 하고 다니라고 조언했다. 글, 쓰고 있다고, 바쁘다고, 그래야 스스로도 늘어지지 않고 추진력있게 글을 쓸 수 있으니 주변에 열심히 말을 하고 다니라 강조했다. 처음에는 좀 민망할테지만, 글을 쓰고 싶다면 자존심은 좀 내려놓아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자존심, 맞다. 좋은 모습만, 완성된 모습만 보여주고 싶다는 욕망도 일종의 자존심이다. 당연히 완벽하지 않을텐데, 부족함은 약점 같아서 쉬이 드러내지지가 않는다. 평가는 쉬웠는데 정작 내가 창작을 하려니 비판이 두려웠다. 언니의 충고가 아니었다면 나는 영원히 브런치에 도전하지 않았을지 모른다.

처음으로 editor's picks,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에 올랐을 때

 블로그도 추천받았다. 글 쓰는 습관을 들이기 위해서다. 그것도 홀로 보는 일기장이 아닌, 만천하에 공개되는 종류의 글로 스스로를 드러내는 연습이었다. 나중에는 네이버의 블로그 검색 매커니즘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적절히 사진을 넣어 클릭을 유도할 수도 있다는 등의 피드백도 이어졌다.

 덕분에 나는 남이 온 몸으로 부딫혀 깨달은 것들을 소소히 주워담기만 해도 되었다. 그렇게 네이버 블로그에 차곡차곡 문장을 쌓다가, 다시 읽어 봤을 때 가장 덜 창피한 글을 다듬어 브런치에 제출했다. 역시 언니의 독촉이 아니었다면 나는 이웃님들과 소소한 답방을 나누고 '서이추'에 만족하는 블로그 라이프에 안주했을 것이다. 

 글을 보내고 4일 정도 지났나, 일주일 내에 답신을 주겠다던 브런치팀의 이메일을 받았다. 작가 등단을 축하한다는 메세지에 힘입어 블로그에 모아놨던 글들을 하나씩 하나씩 정리해서 연재를 시작했다. 그렇게 반 년이 채 지나지 않아 생애 첫 [브런치북] 발간에 성공했다.  

 블로그에 꾸역꾸역 썼던 글들이 큰 도움이 되었다.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소재가 떠오르지 않을 때, 전에 써 놓았던 글들을 다시 훑어봤다. 쓸 때는 몰랐던 구멍들이 눈에 들어왔다. 허점을 다듬어 다시 쓰다보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했다.  

 브런치를 시작하고도 글쓰기가 고민이라고 말하고 다니기를 멈추지 않았다. 솔직히 정말 알리기 싫었는데, 혼자서는 영 부족한 걸 알기에 알릴 수 밖에 없었다. 밥상 하나 차릴때도 도와주는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가 티가 나는데, 하물며 글 쓰는 일이야 오죽할까.

 다행히 인복은 박하지 않은 편이었는지 주변 사람들의 도움을 많이도 받았다. 특히 독서모임에서의 브런치 계정 공개가 엄청난 피드백으로 돌아왔다. "스트레칭"이라는 이름만큼이나 자유롭고 유연한 대화가 가능한 독서모임에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다채로운 의견이 이삭처럼 쏟아졌다. 나는 그저 알뜰살뜰히 주워담기만 하면 됐다. 

 조언이란 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렵고 눈치보이는 일이다. 고맙게도 그런 불편을 감수하고 조심스레 피드백을 건네는 사람들이 있어서, 걸음마를 배우듯 한 발 씩 떼고, 걸을 수 있게 되었다. 언젠가는 달릴 수도 있겠다는 욕심도 품어본다. 


 유용한 도움을 받아내는(?) 팁이 몇 가지 있다. 실은 회사에서 배운 팁(!)인데, 생각보다 잘 실천 못 하고 있기는 하다.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하기: '그것도 모르냐'고 다그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내가 모른다는 걸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은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여서, 자신이 아는 걸 얘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대부분은 마다하지 않고 도움 될 만한 것들을 얘기 해준다. 알면서도 모르는 척 하라는 팁도 유행한 적 있는데, 은근히 시간낭비인데다가 뒤늦게 음흉한 사람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다. 별로 깨닫고 싶지는 않았지만.

-대화의 핵심은 질문하기: 도움이 필요하다는 두루뭉실한 하소연보다는 구체적으로 어느 부분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상대방에게 바라는 게 뭔지를 명확히 드러내야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상대의 말을 "~하라는 뜻이구나?"라는 질문식으로 요약하는 것도, 받은 조언을 어떻게 실천해야 할 지 구체화 할 수 있어서 좋다. 조언하는 사람 입장에서도 자신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는 의미이므로 감정적인 보상이 된다. 

-자체 필터링: 조언을 꼬아 들을 필요는 없지만, 한 쪽으로 살짝 치워놔도 괜찮다. 현재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조언이라도 10년 뒤에는 또 유용할 지 모른다. 혹은, 10년 전이라면 유의미했을 도움이었을 수도 있다. 타이밍의 문제일 뿐이지, '틀린' 도움은 아니다. 현 상황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인지하고 있으면 필터링도 조금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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