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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절 그 갬성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퀸스 갬빗] 감상 포인트_1

by 티제이

*본 글은 스포일러가 없으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


주인공이 엄청난 미인이라고, 체스 몰라도 볼 수 있는 드라마라는 추천을 얼마나 많이 받았던지. 잔뜩 기대하는 마음으로 찾아봤는데 웬걸, 치와와(?) 같은 아이가 턱을 괴고 앉은 모습에 약간 실망했다. 내 취향은 약간 샤를리즈 테론 쪽이라...


라고 생각했는데,

밤새가며 드라마를 다 보고 난 뒤에는 나 역시 칭찬 대열에 합류하고야 말았다. 녹색 벽지 앞 빨간 머리 소녀, 미장센, 그리고 모델 출신 배우의 아우라로 버무려 낸 패션에 사로잡혀서.


드라마의 배경은 1960년대 미국, 지금의 베이비붐 세대가 한창 청소년기를 보내던 때로, 히피가 'flower child'였던 시절이자 소련에 뒤이어 미국까지 우주를 향해 로켓을 쏘아 올렸던 시절이다.

전쟁 끝의 평화, 평화 속 경쟁구도, 경쟁적으로 자본과 기술이 폭발하던 그 시절. 여가활동이 늘어나면서 소비도 늘어나고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패션계도 새로운 물결을 탔다.

60s.jpg 청바지, 고고 부츠, 그리고 미니스커트가 등장했던 60년대 (출처: 20세기 패션 히스토리)

패션만이 아니다. 60년대는 여성해방운동이 전개되었던 시절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우리의 주인공 엘리자베스 허만은 완벽한 60년대의 아이콘인 셈이다. 패션, 여성, 미국과 러시아의 앞서거니 뒤서거니 냉전체제, 도시를 누비는 추억의 올드카, 그리고 알코올 중독과 대마초와 같은 히피 특유의 일탈까지.

여기에 폰 진동 대신 울리던 쨍쨍한 가정집 전화벨 소리까지 더해지면,


완벽하다.


카톡도, 인스타도 없던 그 시절, 그 Gamsong.


60년대에 자유와 평화를 외치던 미국의 베이비부머가 20대가 되어 경제적 능력을 마구 뽐내려다가! 불황으로 무너 앉았던 70년대도, 이제는 엄청난 추억거리다. [퀸스 갬빗]에는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폭등까지 등장하지는 않지만, 그 시절에 유행했던 팝과 잡지, 가전제품을 비롯한 잊힌 아이템들은 슬쩍 스쳐 지나가기만 해도 반갑다.

힘들었지만 극복했기 때문에, 마치 우리가 IMF 시절을 '외환위기의 추억'으로 일컫듯 70년대 역시 베이비부머에게는 추억이다. 밀레니얼에게는 '뉴트로 감성'으로 추억된다. 그래서 90년대생 배우가 소화해 내는 60년대가 더더욱 세련되게 다가온다.


뉴트로의 매력에 흠뻑 빠지고 싶다면, 오늘 밤은 베스 허만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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