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퀸스 갬빗] 감상 포인트_2
불우했던 어린 시절에도 체스 신동으로 거듭나 세계무대를 재패했던 엘리자베스 허만. 허만의 모델이 된 실존 인물이 있다. 순탄치 못했던 어린 시절, 라이벌에 도전하기 위해 러시아어를 독학했던 승부욕 강한 젊은이, 바로 바비 피셔다.
바비 피셔도 승부욕이 강하기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경기에 이기지 못해서 눈물을 터트렸다는 일화도 유명하고, 공격적인 수를 전개했다는 점도 같다. 드라마에서 어린 베스가 고아원 지하실에서 체스를 배울 때 선물 받았던 책 [모던 체스 오프닝스]는 바비 피셔의 멘토였던 잭 콜린스가 공동저자로 쓴 책이기도 하다.
드라마 속 베스와 다른 점이 있다면, 실존인물 바비는 아버지가 없기는 했지만 고아원에서 성장하지는 않았다. 실제로는 어머니가 홈리스여서 학교를 결국 중퇴했다는 점도, 양어머니와 해외 체스 토너먼트를 도느라 학교를 관둔 드라마 속 여주인공과는 다르다.
약물중독, 알코올 중독, 자기 파괴적인 천재성과 같은 소설적 상상력이 더해져 베스 허만이라는 매력적인 캐릭터가 탄생했다. 여기에 60년대 미국의 여성 인권 운동과 경제적 성장, 냉전체제의 분위기까지 녹여내어 눈을 뗄 수 없는 체스판으로 다시 태어났다.
동명의 원작 소설은 피셔가 실제로 러시아 체스 챔피언을 이긴 1972년으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후 출간되었다. 2010년대에 들어서는 '옛날 스파이더맨'으로 유명한 토비 맥과이어가 주연이었던 영화 [세기의 매치]로 다시 한번 조명되었다.
그리고, [퀸스 갬빗].
바비 피셔의 실화가 아닌 소설 속 베스 허만을 영상으로 옮겨 놓은 [퀸스 갬빗]은 소설적 상상력에 영상미까지 더해져 더욱더 매력적인 작품으로 거듭났다.
문자에 비해 일회성이 강한 영상으로 제작되다 보니 제작자들은 체스를 최소한으로 등장시키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덕분에 대중적인 드라마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 수 있었지만, 제작자들의 의도가 완벽하게 반영된 나머지 체스판은 진짜 안 보인다.
시청자들을 사로잡기 위해 영상미를 최대한으로 끌어올린 점도, 장점인 동시에 이는 체스 드라마가 아닌 60년대 미국의 분위기를 세련되게 묘사해 낸 드라마라는 느낌을 준다. 속도감 있는 플롯 역시 시청자의 호기심과 카타르시스를 충족하는 동시에 우연성이 지나친 면도 없지 않다.
그러면 어떠랴, 사람들이 원하는 건 잘 짜인 체스판이다.
딱 떨어지는 판을 볼 때의 안정감이 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불안한 눈빛의 빨간 머리 소녀에게도 결국은 해피 엔딩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기대감이 충족될 때, 우리는 더 없는 만족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