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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케밥, 미국 타코

넷플릭스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타코 연대기] 감상 포인트_1

by 티제이

유럽의 소울푸드는 의외로 케밥이다.

피자? 이탈리아 음식이지 유럽 음식이 아니다. 소시지? 독일 음식. 감자튀김? 프랑스와 벨기에만 싸우지 다른 나라는 관심도 없다.

유럽 전역에 널리 퍼졌으며 접근성, 경제성이 모두 좋은 먹거리는 케밥뿐이다. 중동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운영하는 패스트푸드 케밥집은, 마치 한국식 중국집이 정작 중국에는 없듯, 더할 나위 없이 유럽적이다.


비슷한 맥락으로 미국에는 타코 집이 있다.


미국의 소울푸드, 타코.


길거리에 널린 케밥. 중동에서 온 케밥.

그리고,

길거리에 널린 타코, 멕시코에서 온 타코.

신촌의 타코로코. '고수 듬뿍' 버전으로 건강하게 먹었다.

남미 이민자들이 미국의 재료로 구현 해 낸 고향 음식은 미국 전역을 넘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이국적인 맵싸함, 실란트로 향, 그리고 잔뜩 조미된 육류까지, 유행의 조건을 모두 갖췄다. 이국적이되, 충분히 친근할 것.

밀전병에 야채와 고기를 적당히 때려 넣으면 되는 타코는 의외로 집에서 해 먹기가 마냥 쉽지만은 않다. 케밥과 마찬가지로 고기 준비에 많은 공이 들기 때문이다.

Doner kebab - Wikipedia

개중에는 정말 케밥처럼 고기를 원추형으로 쌓아 올려 세워서 굽고 긴 칼로 슥윽 스윽 얇게 베어내는 종류의 타코도 있다. 이러한 조리방식은 실제로도 중동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무슬림은 먹지 않는 돼지고기만을 이용했으므로, 케밥 아닌 타코로 분류된다.


맥도널드나 스타벅스에 비하면 타코는 훨씬 건강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햄버거 번 보다는 또르띠야가, 소고기 패티보다는 풀드포크가, 한 두 개 깔리고 마는 양배추보다는 양파를 비롯한 갖은 야채가 골고루 들어가는 타코가 훨씬 낫다는 것이다.

다큐를 보면 이해가 간다. 고기를 마리네이팅 하는 과정, 반죽부터 성형까지 손으로 직접 빚어내는 토르티야를 보고 있으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타코는 세대와 지역을 가리지 않고 어느 손에 들려 있어도 그럴싸하다.

본래 손으로 들고 가볍게 먹는 음식이었던 타코는 변형과 다양화를 거듭하고 있다.

미국의 젊은이들은 늦은 밤 놀러 나갈 때 꼭 타코 한 판 때리고 이동한다. 야근에 시달리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간단히 때우고 들어가기도 좋다. 주말에는 유명한 타코 맛집을 찾아 드라이브를 나가기도 한다.

타코는 그 자체로 하나의 문화가 되었다. 멕시코 요리인데 어느새 미국에는 타코 데이도 있다. 10월 4일은 공식적인(?) 타코의 날이다.


잠깐, 멕시코 국경에 담을 쌓겠다고 하지 않았나?


타코 맛집을 찾아가는 여정은 남미의 역사를 짚어가는 과정이기도 하다. 미국 내 수많은 이민자들, 텍사스의 전통음식(?)인 텍스맥스, 어딘가 익숙한 스페인어와 쉴 틈 없이 분주하기만 한 타코 집 풍경들. 그리고 사람들.


[타코 연대기]를 보고 있노라면, 북미, 남미가 아닌 아메리카 대륙 자체의 연대기가 그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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