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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을 위한 도전적인 질문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 감상 포인트

by 티제이

그래픽 노블을 애정 하는 성인이라면(그래픽 노블을 좋아하는 청소년은 볼 수 없다) 넷플릭스에서 꼭 봐야 할 작품이 있다. 바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러브, 데스 + 로봇].


[러브, 데스 + 로봇]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다. 총 18편이라 좀 많은가 싶지만, 한 편 당 10분 내외밖에 안 되기 때문에 애써서 아껴보지 않으면 순식간에 해치우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다.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나 [나를 찾아줘]의 감독을 맡았던 데이비드 핀처와 [데드풀] 감독으로 유명한 팀 밀러가 제작했으니, 퀄리티는 보장된 셈이다.

그 밖에도 3D 애니메이션의 경우, 익숙한 배우들의 얼굴도 보인다. 3편인 <아이스 에이지>는 배우들이 직접 등장하기도 하고, 6편인 <숨겨진 전쟁>에서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엄브렐러 아카데미]를 본 사람이라면 오?! 닮았다?!! 하고 반가워할 얼굴도 보인다.

CG 기술이 이렇게나 발달하다니, 정말이지 벌써 미래 세계에 살고 있다는 착각마저 든다.

통상 쓰는 표현으로 '옴니버스'라고 소개했지만, 영문으로는 '앤솔러지'라고 설명하고 있다. Anthology는 본디 문학선집, 시선집 등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정도에 쓰면 적절할 것 같은데, 요즘은 옴니버스식이라면 대부분 다 '앤솔로지'로 표현한다.

그만큼 한 작품, 한 작품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의미다. 영상미뿐만 아니라 내용 측면에서도 예리한 질문을 던진다. 10여 분 밖에 안 되지만, 매 편마다 하루 종일 여운을 남기는 이슈를 다룬다.

제1화인 <세 대의 로봇> 중에서. 신선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유머러스한 감각을 잊지 않았다.

모든 영상이 다 3D는 아니다. 실제인지 가상인지 혼란스러울 정도로 리얼한 애니메이션이 있는가 하면, 개중에는 2D 만이 가지는 장점을 최대한 활용한 영상도 있다.

여러 2D 애니메이션 중 <해저의 밤>은 평면 위에 띄운 환상적인 세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시간적, 물리적 배경도 알 수 없는 어느 사막 한복판에서, 차가 멈춘다. 어쩔 수 없이 하룻밤을 지새워야 하는 두 남자. 그중 나이 든 남자가 말한다. 이 사막은 옛날에 바다였다고.

<해저의 밤> 중에서. 영문 제목은 <Fish Night>다.목은 다.영문 제목은 다.

사막 위를 춤추는 신비한 바다생물은 그 자체로도 충분한 영상미를 제공한다. <해저의 밤>을 비롯해서 몇몇 작품은 영문 제목과 한글 제목이 약간 다른데, 번역이 썩 나쁘지 않다. 오히려 더 낫다는 생각도 든다. 예를 들어 <무덤을 깨우다>가 <Sucker of Souls>보다는 훨씬 직관적으로 플롯을 표현하고 있다.


각각의 이야기가 연속성은 없으니 굳이 순서대로 보지 않아도 좋다. 영문판은 각 회차의 순서도 조금 다르다. 대표적으로 한글판에서는 <세 대의 로봇>이 1편이지만, 영문 버전에서는 <Sonnie's Edge>, 즉 <무적의 소니>가 1편으로 소개된다. 스페이스 오페라, 즉 [스타워즈 시리즈]나 [스타트랙 시리즈]의 원작을 쓴 피터 F. 해밀턴이 1991년에 쓴 동일 제목의 단편을 기반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거장에게 바치는 찬사랄까.

묵직하지만 친절하고 친절하지만 예리한 기분을 맛보고 싶다면, 오늘 넷플릭스에서 뭘 볼지는 정해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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