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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제이 Dec 23. 2020

미래인 척, 현재를 비추는 거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블랙 미러] 감상 포인트

 [블랙 미러]는 시즌3부터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인 영국 드라마로, 영국 지상파 방송인 Channel 4에서 방영하던 시즌 1, 시즌 2도 모두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영국 드라마 특유의 회색톤을 잃지 않고 그대로 넷플릭스로 옮겨 놓았다. 

 

 each episode has a different cast, a different setting, even a different reality. But they're all about the way we live now – and the way we might be living in 10 minutes' time if we're clumsy. And if there's one thing we know about mankind, it's this: we're usually clumsy.


 맞는 말이다. 국경이 바뀌고 타임라인을 넘나들어도 사람 사는 모습 다 비슷비슷 한 걸 보면,

 인간은 정말 어설픈 존재다. 앞으로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겠지.


 손거울, 전신 거울, 화장실 거울 등등 각양각색의 거울처럼, [블랙 미러]는 제각기 다른 이야기로 세상을 비춘다. 그리고 거울의 크기나 모양이 아무리 달라봤자 비치는 대상의 모습까지 달라지지는 않듯, 우리의 '검은 거울' 역시 현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가까운 미래의 이야기인 척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이슈들을 다뤄내는 [블랙 미러]. 서로 다른 이야기에서 등장하는 아직 도래하지 않은(혹은 영원히 없을지도 모를) 기술들은, 적극적인 현실비판을 가능케 하는 장치에 불과하다.

 온라인 상의 폭력, 약자를 향한 혐오와 배척, 각종 차별 이슈는 미래에 새롭게 맞닥뜨릴 문제가 아니다. 지금 당장 눈 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혹은 나 스스로가 겪거나 심지어 자행 중인 현실이다. 


시즌3의 <미움받는 사람들>과 시즌4의 <블랙 뮤지엄>의 한 장면. 연기력이 보장 된 배우들이 넘쳐난다.

 독립적인 에피소드지만, 시즌4의 마지막 화 <블랙 뮤지엄>에서는 의외의 재미도 선보인다. '범죄와 관련된 물건'을 전시하는 박물관에서는 이전 회차에 등장했던 '물건'도 살짝 등장한다. 물론 스토리 상으로는 아무런 관련도, 언급도 없지만, 이전 시리즈를 다 본 사람이라면 충분히 반갑다.

 개인적으로는 평소 좋아하던 배우들이 다양한 배역으로 등장하는 점도 크나큰 기쁨으로 다가온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에서 풋풋한 텍사스 시골 여자로 등장했던 켈리 맥도널드의 독특한 음색도 반갑고, 블랙 팬서의 여동생으로 유명한 레티티아 라이트의 성장도 그저 감탄스럽기만 하다. 물론 희대의 이슈메이커 마일리 사일러스도 눈여겨볼 만하다. 

앤드류 스콧은 어쩐지 셜록의 모리아티 이미지가 너무 강한 나머지 사악한 꿍꿍이가 있을 것만 같아 계속 마음을 졸이면서 봤다.

 모든 이야기가 다 새카맣기만 하지는 않다. 간간히 부드러운 회색톤의 에피소드도 있으니, 잔인하거나 폭력적인 영상이 부담스럽다면 시즌별로 한 편 정도씩 골라봐도 좋다. 


 인간은 어설프다. 이렇게도 불완전하고 위태로운 존재인데, 또 나름 똑똑해서 기술은 계속 발전한다. 기술을 원망해야 할까? 결국은 인간의 잘못일까? 멍청한데 기술까지 갖춰서?


 시즌5의 <스미더린>이 해답이 될지도 모르겠다. 모리아티, 아니 택시운전사의 이야기를 들으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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