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정말로 오랜만에 면접을 봤다.
동네 복지센터 내년 요가 수업 채용 건.
당당히 분홍색 후드 티에 까만 레깅스를 입고 머리에는 헤어밴드를 한 채로 들어갔는데, 면접 분위기는 예전 대기업 신입사원 공채 분위기가 나서 사뭇 새삼스러웠다.
양복을 갖춰 입으신 지긋하신 네 분이 조금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길 수 있는 자리 배치로 앉아계셨다.
이런 면접은 얼마만인지. 훗.
20년전에 많이 봤던 거 같다. 갑자기 내가 20대가 된 것 같이 느껴졌는데, 면접관님들이 질문을 하면서 그 기분은 조금씩 깨지기 시작했지만.
그 때는 대기업 입사 건이었고, 이건 동네 요가 강사 채용건이었다.
요가에 대해 물으시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이상하게 여유롭고
즐거웠다.
예전에도 면접에서 별로 떨지는 않았던 나였지만, 이번에는 뭔가 기분이 요상야릇했다.
분홍색 후드티를 입고, 머리를 높게 올려 묶고, 이마에 넓은 헤어밴드를 하고, 까만 레깅스를 입고서는.. 내 앞에 나란히 앉으신 양복 차림 네 분께 요가의 차크라와 명상, 그리고 요가 수련의 목적에 대해 이야기하는 42세의 나.
국내에 들어와있는 큰 외국계와 국내 대기업 파트장까지 거친 내 특이한 경력을 보시고는, 다들 경력이 아깝다고들 하셨다. 아이가 셋이라 하니, 애국자라고 박수까지 받았다. 요가에 대해 이것저것 물으시고는, 내가 나갈 때쯤 '요가에 대해 많이 우리가 배운거 같다' 는 면접 소감(?) 을 밝히시는 걸 뒤로 하고 나왔다.
붙든 안 붙든, 그냥 상관없을, 묘하고 또 하나의 소중한 '면접 경험' 이었다.
나에게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해 굉장히 관심있는 사람들을 만난 경험.
나는 면접을 그렇게 생각한다.
그들이 내게 궁금한 것을 묻고, 나는 그들이 내게서 무엇을 궁금해하는지 파악하는 시간.
오랜만에 20대로 회춘한 것 같은 기분이라 결과와 상관없이 즐거웠다. ^^
#면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