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비슷하지만 다른 단어
한국 사회에서 우리가 자주 듣는 말 중에,
“니가 이해해. 너도 그 입장 되어보면 이해할거야.” 라는 숭고한 역지사지 를 내세운 ‘자기 중심적 충고’ 같은 말들이 있다.
예를 들어,
-너도 나중에 엄마가 되어보면, 네 엄마 마음 이해할거야
-널 사랑하니 그렇지, 다 너를 위한 거야
-그 사람이 오죽하면 그렇겠니, 니가 이해해
이렇게 '이해'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실제로 '허용'을 강요한다.
그렇게 우리는 가끔 이해와 허용의 경계를 넘나든다.
하지만, 이 둘의 경계는 분명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해와 허용, 그 주체들이 놓인 상황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이해한다는 것과 허용한다는 것은 분명 다르다.
이건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다. 왜냐하면,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주체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너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나 내 입장에서는 허용할 수 없다. (또는 거기까지는 허용하겠다.)
이 경우는 이해되어지는 자와 허용하는 자의 주체가 분리되어 있다. 그래서 내가 허용할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다.
너의 입장을 이해한다. 그러니 허용하겠다.
이 경우는, 주체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이해되어지는 사람과 허용하는 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
나는, 가스라이팅의 원리가 이것이라고 본다. ‘너’ 라는 주체를 없애서 ‘너’를 ‘나‘ 로 만드는 것. 내가 느끼는 대로, 네가 존재하게 만드는 것. 내가 원하는 대로, 네가 행동하게 만드는 것.
정말 무섭게도, 가스라이팅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관계가 어느 곳인 줄 아시는지?
바로 부모 자식 관계다
내 말 잘듣고, 나랑 너무 잘 통하는 자식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그 자식이 ’나‘ 인지, 내가 그 ’아이‘ 인지, 그것을 헷갈리게 되면 그 관계는 부모자식간이라서 더 위험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해‘ 와 ’허용‘을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
그 사람 입장이라면,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런데 지금 나는 그것을 허용할 것인가? 아니면 거부할 것인가? ‘나’ 는 그것이 좋은가 싫은가? 내게 이득이 되는가 나를 해치는가?
그것을 결정하려면, 일단 상대방을 이해하기 전에 주체적인 ‘나’ 가 있어야 한다. 그게 없으면, 가스라이팅 관계가 되는 거다.
이해할 수 있게 되면 좋겠지만,
이해하더라도 꼭 허용할 필요는 없다.
누군가에게 이해는 바랄 수 있어도, 허용을 강요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가스라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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