易地思之 역지사지
처지(處地)를 서로 바꾸어 생각한다.」는 뜻으로, 상대방(相對方)의 처지(處地)에서 생각해봄.
-출처: 네이버 사전
아주 훌륭한 말이다.. 숭고한 가치를 지녔으나, 무지하다면 남을 자신의 기준에서 벨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이 말이 숭고한 가치를 가질 수 있으려면, 여기서 한 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
상대방의 처지에 '나' 를 갖다 놓은 것이 아니라,
상대방도 나만큼 '합리적이고 똑똑한 인간' 이라는 것을 가정하는 것.
그게 진짜 필요하다.
아이고 힘들겠다. 정말 대단하네.
등의 긍정적인 공감아닌 공감도 역지사지에서 일어나지만
아이고 나라면 안그랬을텐데, 저 사람은 왜 저렇지?
라는 비난 아닌 비난도 역지사지에서 일어난다.
우리가 간과하는 것은, 상대방을 포함한 이 세상의 그 누구도 나만큼 똑똑하고 합리적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했을 때 제대로 된 역지사지를 하는 방법은 딱 하나.
그 사람의 상황에 나를 놓지 말고
그가 나와 같은 비슷한 합리적인 인간이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런 나와 다를 바 없는 사람이 왜 그런 선택과 상황을 마주하여 어떤 감정을 느끼는가, 왜 그렇게 되었으며 어떻게 나와 다른 선택들을 하게 되었는가를 이해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과정은
정말 최고로 어렵다...
그게 상담실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그 과정을 통해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치유된다.
그런데, 일상생활에서는 보통 역지사지라는 말을 악용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라면 너처럼 안 했을텐데 또는 안 그럴텐데.. 라는 굉장히 폭력적인말로 말이다..
이는 상대를 지우고 '나' 란 존재만 남기기에 어떤 상황에서는 굉장히 폭력적이다.
나르시시즘 적인 역지사지는 이해와 공감이 아닌 폭력이다.